이석연 법제처장이 13일 세종시 수정안 입법과 관련해 "기존 법을 전면 개정하기보다는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는 대신 기존 법을 전면 개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과 배치되는 의견이기 때문이다.

◆이 법제처장,"세종시,대체입법해야"

이 법제처장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로 법 성질이 본질적으로 바뀌는 것인데 전문 개정을 통해 이전 법을 이어받는 것은 입법 형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세종시 특별법을 폐기하고 세종시 수정안을 담을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체입법으로 할 경우 여러 가지 소송이 따를 것이라고 하는데 대체입법을 하든 전문개정을 하든 (토지)환매권 행사가 따를 것"이라며 "양자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체입법을 한다고 수정안 발표에 의한 충격이 심화되는 것도 아니다"며 "이미 정부가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를 담는 그릇은 입법 원칙에 입각한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땅 환매권도 논란

세종시 수정 추진에 토지 환매청구권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토지주택공사는 과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목적으로 주민들의 땅을 수용했으나 정부가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전제로 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함에 따라 주민들이 용도변경에 따른 토지환매를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토지보상법 91조에 따르면 공익사업의 폐지 또는 변경으로 인해 수용한 땅이 불필요하게 되거나 당초 목적대로 쓰이지 않을 경우 '환매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사업시행자가 환매를 인정할 경우에는 당초 지급한 보상비를 되돌려 받고 땅을 원래 주인에게 내준다. 하지만 사업시행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총리실 세종시기획단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는 세종시 전체 72.9㎢를 대상으로 총 5조100억원의 보상비를 지급했다. 전체 원주민 3762세대가 보상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1억원 미만 보상을 받은 사람은 1005세대,1억원 이상을 보상받은 사람은 2757세대다.

◆환매 가능한가

한마디로 결론을 내긴 어렵지만 수용당한 땅이 수용 목적대로 이용됐는가가 주요 잣대다. 법원은 토지를 수용한 뒤 공공사업이 폐지돼 토지가 더 이상 필요없게 된 경우 원소유자가 토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토지수용권은 공공복리와 증진을 위해 불가피한 공익사업에만 적용하되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1992년 대법원은 서울시가 강서구 방화동에 근린공원을 조성하겠다며 토지를 수용해 공원을 만든 후 공원시설을 철거하고 아파트 건축공사를 한 사건에 대해 토지를 주인에게 되팔라고 판결했다. 토지를 수용할 때는 공원용지로 수용해 놓고 아파트 공사를 한 것은 객관적으로 수용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수원지방법원은 작년 7월 경기도가 초등학교를 짓는다며 토지를 수용한 뒤 주택건설 사업이 시행돼 초등학교 설립을 취소하자 주민들의 환매권을 인정해줬다. 토지 수용목적과 실제 용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공공사업의 목적이 바뀌었더라도 모든 원소유주들이 토지를 환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안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다. 토지를 수용한 뒤 수용한 토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일부 수정된 경우나 경찰서를 짓기로 해놓고선 동사무소가 들어선 경우 환매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수용 당시 어느 땅이 정부부처 이전용인지,기업유치용인지 구분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판단은 더 애매해질 수 있다.

대법원은 1994년 서울시가 청사를 짓겠다며 서초동 현 대법원 부지를 수용했다가 대법원 청사로 바뀐 사건에서 서울시 청사와 대법원 청사는 공공건물인 만큼 수용목적이 바뀌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장진모/강황식/서보미/장성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