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하루 250여명서 30여명..실제 대출도 고작 3명

"대출받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워요."

15일로 경기도 수원시에서 문을 연 지 한 달째를 맞는 삼성미소금융재단.

업무 첫날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대던 것과는 달리 14일 삼성미소금융재단 1호점인 수원지점은 한산했다.

업무 시작 시각이 30분 넘게 지나서야 고작 1명이 찾아왔다.

이광석 수원지점장은 "개점 첫날은 250명이 방문하기도 했지만 점차 줄어 요즘은 하루 30명 안팎"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신용.저소득층의 자활자금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시작해 큰 기대를 모았던 미소금융이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된 데는 까다로운 대출 조건과 심사 과정이 한몫했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이고 빚이나 연체가 없어야 할 뿐 아니라 보유재산이 1억3천500만원 이하여야 하는 등 엄격한 대출 조건이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삼성미소금융재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본점과 1호점을 찾은 방문객 수는 모두 2천여명. 이중 약 1천700명이 조건에 맞지 않아 그냥 발길을 돌렸다.

옷가게 운영 자금을 빌리려고 미소금융을 찾았다는 김영숙(46.여)씨는 "신용등급이 7등급 아래인 사람 중에서 빚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서민을 위한 대출이라더니 서민들의 실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길고 복잡한 대출과정도 사람들이 미소금융을 찾길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자격요건을 충족해 3일 전 대출신청을 했다는 한 인테리어업자는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대출 가능 여부조차 답을 안 줘 또 찾아왔다"면서 "대체 언제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답답해 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정한 기본적 조건에 부합해 지금까지 대출을 신청한 300명 가운데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지난 6일 2명에 불과하다.

15일 받기로 13일 결정된 1명을 포함해도 모두 3명이다.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첫 대출이 이뤄졌고 대출률도 1%로 극히 저조하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은 그러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선 엄격한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의 오세규 국장은 "일부 사람들은 미소금융이 기업이나 정부가 주는 '눈먼 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소금융은 대출 뿐 아니라 서민의 자활까지 돕기 때문에 타 금융기간에는 없는 컨설팅 상담과 소상공인진흥원 교육프로그램 등이 있어 심사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소금융은 금융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에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난 6일 무등록사업자 자금으로 500만원을 대출받은 이모(31.여)씨는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어 낙담하고 있었는데, 삼성미소금융 덕분에 살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남편 없이 어머니와 9세 자녀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씨는 현재 떡볶이 포장마차를 준비중이다.

이씨는 "청소용역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제 장사를 시작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 예쁜 내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원의 주부 2명이 각각 500만원 대출을 받은 데 이어 15일에는 소규모 도소매유통업을 하는 30대 자영업자가 최대 대출 가능액인 1천만원을 받는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은 "아직 운영 초기인 만큼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며 "방문객들의 불만사항을 수집해 점차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앙금융재단 측도 "각 미소금융재단의 대출 실적을 지켜본 뒤 집행액수가 너무 적으면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