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은 생산자가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만큼 절대로 원료를 속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께서 쌓아온 신뢰에 한치도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칠갑농산의 가업을 잇고 있는 이영미 대표는 원래 유학을 다녀와 생물학 분야 연구원이 되는 게 꿈이었다. 연세대 미생물학과(91학번)를 졸업한 이 대표는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연세임상의학센터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이 대표는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를 맏딸이 옆에서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입사를 결심했다. 2008년 4월 대표 자리에 오를 때까지 6년여간 마케팅 제품개발 생산기획 감사업무 등을 맡으며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 대표는 "결혼해 두 딸까지 둔 엄마로서 새벽에 나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아다니면서 영업을 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며 "하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털어놨다.

사령탑에 오르자 이 대표는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우선 식품공장의 철저한 위생감독을 위해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인증심사를 준비했다. 또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생쌀국수 생메밀국수 등을 1인분용 소포장으로 내놨다. 이 대표는 "생면은 접어서 건조하면 끊어지는 문제가 있어 그동안 소포장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7~10인용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생면을 접은 상태에서 건조하더라도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소포장 건조 공법을 개발해 1인용 소포장 제품의 상품화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인분 소포장용으로 지난해 쌀국수 메밀국수 냉면 등 5개 품목을 출시했고 조만간 5개 품목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미국 회계법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동생 이영주 차장이 합류해 혼자 짊어졌던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회사에 합류한 이 차장은 한림대 경영학과(93학번)를 졸업한 뒤 미국 뉴올리언스주립대에서 회계학 석사를,사우스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KPMG RSM 등 세계적인 회계법인에서 8년여간 일해왔다. 이 차장은 "그동안 미국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감사 및 컨설팅을 하며 배운 노하우를 칠갑농산의 경영에 접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께서 '좋은 원료가 좋은 제품을 만든다'며 생명처럼 여겨온 품질과 신뢰의 경영 철학을 꼭 지키겠다"며 "100년 이상 가는 식품회사로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