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경제연구소(KEI)가 13일 '올해의 한인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한 하워드 고(한국이름 고경주) 미 보건부 차관보와 데이비드 김(김성철) 미 교통부 차관보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워싱턴 윌러드호텔에서 열린 '미주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고 차관보는 "20년 전 작고한 아버지의 영혼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부모님께 감사를 표했다. 그의 부친은 주미대사를 지낸 고(故) 고광림 박사.고 전 대사는 서울 경성사범학교와 경성제국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럿거스대 정치학 박사,하버드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주미 전권대사를 역임했으나 5 · 16 군사쿠데타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강단에 섰다.

고 차관보는 부친이 생전에 자주 예로 든 허버트 험프리 전 상원의원의 영향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보건부 청사인 험프리빌딩으로 매일 출근하면서 "정부의 도덕성은 노약자와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의해 시험받는다"는 험프리 전 의원의 글을 항상 가슴에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 역시 정신과 의사였던 아버지와 고교교사였던 어머니의 사회봉사 활동이 자신의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님이 지역공동체와 교회 등에서 시민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분들이었다"면서 "이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개인적인 성취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도움에 의한 공동의 성취"라고 말했다.

권율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행정국 부국장도 한인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됐다. 미국 CBS방송의 인기 리얼리티쇼인 '서바이버'에서 우승해 유명한 그는 "고 차관보와 김 차관보가 자신의 역할모델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기념식 기조연설을 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국 어머니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지난 25년간 계속 지켜봤다"면서 "한국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직에 발탁된 이들 3명의 성공도 어머니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