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해설만 있는 음악회가 아니다.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니르바나 솔리스트 앙상블을 이끌고 있는 강현진 단장(56 · 사진)이 선보이는 음악회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강 단장이 스토리텔링 음악회를 여는 것은 올해로 6년째.2005년 '해설이 있는 키즈음악회'에서 세계 민속음악을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이시우 박사의 천문학 이야기''문국진 교수의 음악,법의학자를 만나다''정우택 박물관장의 불화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대중화에 힘써왔다. 그는 "단순히 곡 설명만 해주는 연주회로는 클래식 관객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는 음악회에서는 수동적인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강 단장이 올린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객석 점유율이 매번 90%가 넘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던 것도 스토리텔링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꾸미는 음악회는 클래식 선율만큼 연주회의 주제를 전달하는데 주력한다"며 "이야기가 두드러진 공연이라 관객들이 음악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클래식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니르바나 솔리스트 앙상블이 이번에는 '화폐로 만나는 클래식 이야기'공연을 갖는다. 18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화폐 속의 인물 모델이 됐던 쇼팽,모차르트,슈만 등의 곡을 들려준다. 세계화폐연구소 배원준 소장의 화폐 컬렉션 중 일부도 공연장 로비에 전시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연주와 함께 작곡자,곡의 연주기법 등도 강의 형식으로 소개되지만 강 단장이 직접 맡는 해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화폐와 클래식은 각각 돈과 순수예술의 대명사로 오묘한 대조를 이룬다"며 "화폐에 등장하는 작곡가들은 죽은 후에는 인정받았지만 생전에 모두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화폐와 관련된 작곡자들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을 통해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방점을 찍는 것.

1999년 니르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악단을 꾸려온 강 단장은 2002년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규모를 키웠고 작년부터는 솔리스트 앙상블도 운영 중이다. '니르바나(열반)'라는 불교 용어에서 이름을 따온 것에서 알수 있듯이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 앙상블은 불교계의 유일한 클래식 연주단이다. '서양의 언어로 한국의 정신을 펼친다'가 악단의 모토로,해설이 있는 음악회 외에도 산사음악회,불교계 행사의 단골 연주단이다. 매년 열고 있는 소아암환자돕기 자선 음악회를 통해 지금까지 1억7000여만원을 기부했다.

강 단장은 "초창기에 불교계에서는 기독교와 뗄 수 없는 클래식을 하는 악단이라서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고 클래식계에서는 불교 용어를 쓰는 연주단이라서 참여하길 꺼렸다"며 "앞으로 사진,소나무 등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거리를 찾아서 해설 음악회을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김주완/사진=정동헌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