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북미 국제오토쇼'가 열리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50분여 떨어진 워런시.GM의 테크니컬센터에 다다르자 자동차 2대가 먼저 반긴다. 번호판에는 '볼트(Volt)'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휘발유 1ℓ로 100㎞를 간다고 해서 놀라게 했던 GM의 유명한 전기차다. 더 정확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다.

운전석에 앉으니 유류량 대신 전기 충전 상태를 알려주는 계기판이 눈에 띈다. 시동을 걸어도 아무 소리가 없다. 가정에서 전기로 충전한 배터리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기 충전만으로 64㎞를 간다고 한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가솔린 엔진이 작동해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다시 충전한다. 이렇게 해서 480㎞를 너끈히 갈 수 있다는 게 GM의 설명이다. 중간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자동으로 충전되니 전기충전소 등이 필요 없다. 당장 장거리 운행도 가능하다. 최고출력 150마력에 최대토크 37.0㎏ · m의 성능을 갖췄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1㎞라고 한다.

GM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더그 팍스 이사는 "배터리셀 200개를 묶은 배터리팩도 7월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며 "11월부터는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볼트를 만들어낸 주인공들이 일하는 곳이 테크니컬센터다.

GM이 볼트 개발에 들어간 건 2007년.이들에겐 배터리 힘만으로 미국인의 하루 평균 운행거리인 40마일(64㎞)을 달리도록 하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배터리 무게만 200㎏.여기에 1.4ℓ엔진이 얹어졌으니 연료가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바람 저항 등을 측정하는 풍동실험실에선 수없는 실험이 반복됐다.

전기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실험실도 바빴다.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높이기 위해 온도 습도 충격 진동 등 모든 가능성을 가정하고 반복 실험했다. 배터리 셀 공급을 맡은 LG화학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키 블라이 전무는 "LG화학은 이 분야의 진정한 리더"라며 "20년 회사 생활 동안 LG화학과 같은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볼트는 이제 99% 완성됐다. 문제는 값이다. 가격은 4만5000달러 안팎.정부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3만달러 초반대에 책정될 전망이다. 비슷한 성능을 가진 자동차 가격은 1만5000달러 수준.과연 배나 되는 돈을 주고 이를 살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가 볼트의 운명을 결정할 전망이다.

워런(미시간)=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