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유재산 관리 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향후 개발이나 처분 등과 같은 세부 활용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다. 기획재정부가 관리 실태를 파악하려고 해도 각 부처별 조사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력을 더 뽑자니 범정부 차원의 '조직 슬림화 기조'와 어긋난다. 여기에 국유재산을 '비상용 재산'으로 인식하는 부처 이기주의와 용도 및 용적률 변경에 뻣뻣한 태도를 보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까지 겹쳐 문제는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


◆중심 상권 부동산도 10년째 낮잠

대전광역시의 중심 상권 중 하나인 월평동에는 6600㎡ 규모의 공터가 10년째 방치돼 있다. 원래는 1만9835㎡ 규모의 땅에 해양경찰청을 신축할 예정이었으나 해양경찰청이 송도로 입주하면서 2000년 이후 개발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다행히 부지 일부를 공공복합청사로 개발해 지난해 8월 선거관리위원회,국가보훈처 관련 기관이 입주했지만 원래 활용하려 했던 땅의 3분의 1가량은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15만2070㎡에 달하는 수원시 서둔동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는 농생대가 2003년 9월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이후 줄곧 비어 있는 상태다. 인근에 수원역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금싸라기 땅이지만 시민을 위한 생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수원시와 학술 연구나 생태 보존 가치까지 포함한 수목원으로 만들겠다는 서울대가 갈등을 빚으면서 개발 사업이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관리시스템 미비

장기간 방치된 국유재산이 전 국토에 걸쳐 퍼져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정부 내 어디에도 없다. 각 부처별로 일일이 국유재산이 기록된 대장을 보고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이를 담당할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에서 관리 인원을 자체적으로라도 늘리는 방법을 검토해봤지만 인력 증원에 대한 행정안전부 등의 통제가 심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선 부처의 이기주의도 국유재산 관리를 사각지대로 내몬 한 요인이다. 각 부처들이 소관 국유재산을 영구적인 부처 예산으로 인식하다보니 자체 관리가 불가능한 재산까지도 끝까지 안고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외교통상부는 성남시 정자동 9936㎡ 규모 공터에 수년째 국제교육원 청사를 짓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아직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또 대전시는 특별한 사유 없이 해양경찰청 부지의 용도변경을 거부하고 있고 성남시는 주변 용적률(1000%)보다 낮은 270%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식 통합관리 시스템 필요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선진국 식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처에서 국유재산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되 각 기관별로 사용 요청이 있을 경우 용도와 규모에 맞게 나눠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재정부는 급한 마음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내에 35명 규모의 국유재산활용 태스크포스(TF)팀을 올 1월부터 가동하고 있지만 이웃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재무성의 이재국에는 국유재산관리 인원만 1600명에 달한다. 이 숫자도 2008년 일본이 국유재산을 매각하면서 줄어든 수치다.

만약 인원을 늘리는 방식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힘들어지거나 부처 간 협조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괄청인 재정부가 '관리청(다른 부처) 소관의 국유재산의 용도를 폐지하거나 변경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유재산법 22조와 직접 인계받아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한 23조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