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난항'
이달 말로 예정됐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결과 발표'가 3월 초로 늦춰졌다. 이로써 주민들은 2002년 이후 세 차례나 탈락하고 작년에 겨우 통과됐던 예비안전진단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14일 강남구는 이달 안에 발표 예정이었던 은마아파트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3월 초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 비용조달문제로 안전진단 신청이 늦어지는 바람에 용역착수가 작년 12월에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안전진단의 경우 최대 한 달,정밀안전진단은 두 달 정도가 소요되기때문에 당초 예정했던 1월 발표 계획은 지켜지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전진단 용역을 담당하는 구조설계업계에 따르면 용역착수 시점의 지연 이외에 좀 더 본질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따를 경우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 통과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과 은마아파트 주민들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강남구청은 최근 건물구조와 설비 안전성에 지나치게 비중이 높게 돼 있는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기준'을 주차장 · 에너지 낭비 · 이산화탄소 배출 등 주거환경의 낙후성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의 합리적인 기준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맹정주 구청장과 안전진단 담당관계자,은마아파트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해 현행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촉구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준석 한양대 교수(건축과)는 "건축구조물 안전도가 전체 평가기준에서 40%를 차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은 서울지역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밝혔다.

이에 강남구도 이산화탄소 배출 · 층간소음 · 주차여건 등이 좋지 않은 단지는 안전성 심사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한건축학회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국토해양부에 기준변경을 공식 요청키로했다. 강남구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서울지역 상당수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은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발표가 늦춰지면서 은마아파트 가격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10억원 초반을 호가했던 102㎡형(31평형)은 지금은 9억8000만원까지 내려갔다. 12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됐던 112㎡형(34평형)도 11억원 후반까지 떨어졌다.

한편 1979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현재 4424채로 2002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안전진단에 가로막혀 사업이 지연돼 왔다.

성선화/노경목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