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옵션만기 무난히 넘고 실적장세로…
올해 첫 옵션만기일인 14일 코스피지수는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여파에 따른 급락을 딛고 하루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프로그램 매물 규모가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에 그친 데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증시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1월 증시의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던 옵션만기일을 무난히 넘김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 추정치와 올해 실적 전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오겠지만 이는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단기 실적보다는 정보기술(IT) 철강 에너지 등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가 양호한 업종을 중심으로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옵션만기일 영향 없어

이날 코스피지수는 14.36포인트(0.86%) 오른 1685.77로 마감하며 전날 하락폭(27.23포인트)의 절반가량을 회복했다. 옵션만기일인데도 불구하고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에서 2172억원 순매수를 보이면서 전체 프로그램 매물이 시장의 예상 수준인 3392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차익거래가 순유입세를 보인 것은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선물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고평가된 선물을 대거 처분하는 대신에 현물을 사들인 데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 공모펀드의 주식 거래에 대해 0.3%의 거래세가 부과됨에 따라 차익거래 수요는 크게 줄어들었다. 차익거래는 통상 0.1%포인트 안팎의 수익을 노리는데,세금이 이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기준 54개 차익거래펀드의 투자원금(설정액)은 2020억원으로 한 달 전의 4266억원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었다. 6개월 전인 7월만 해도 9000억원을 넘었었다. 이에 따라 이날 매수와 매도를 합친 차익거래 규모는 4103억원으로 작년 옵션만기일 평균 규모(859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기관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삼성전자가 3.76% 오른 것을 비롯해 한국전력(0.97%) 현대차(1.47%) LG전자(0.46%) 현대중공업(5.97%) 하이닉스(5.82%) LG화학(3.93%)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들어 이미 프로그램 매물이 조금씩 출회되면서 옵션 만기 당일엔 영향이 거의 없었다"며 "작년 연말 배당수익률이 낮아 들어온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앞으로도 공모펀드 과세 영향으로 당분간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관심은 실적으로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이날 포스코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4분기 어닝시즌에 돌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실적을 올해 추세를 점치는 수준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많은 기업이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마케팅 비용도 집중적으로 집행했다"며 "이익의 규모 자체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분기 실적은 기업들의 영업 호조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올해 연간 실적 개선세가 돋보이는 종목 위주로 증시가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한 IT · 철강 · 에너지 업종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4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데다 다음 주 발표되는 중국의 작년 12월 경제지표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실적 시즌에는 '해외발 훈풍'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4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한 인텔을 비롯한 미국 IT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증시도 IT주를 중심으로 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중국이 지준율을 인상했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그만큼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12월 지표가 발표되면 철강 등 중국 관련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후/김동윤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