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YF쏘나타 박살'이라는 검색어가 순위 상위권에 오르내렸습니다. 하루 지난 오늘까지도 관심은 여전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를 구입한 차주가 차량에서 결함을 발견해 수리를 요구했지만 회사의 냉담한 반응에 격분해 자신의 차를 돌로 부숴버린 일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번져갔습니다. 저도 이 차주가 부순 쏘나타의 사진을 보았는데,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 차를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렸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차주는 자신이 활동하는 'YF쏘나타 동호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이 같은 '사건'을 벌이게 된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쏘나타의 초기 출시차량 일부에서 발견됐던 떨림 현상 때문이었는데요. 문제가 된 부품을 교체했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아 직접 사업소를 찾았지만 직원들이 '회사 규정'을 운운하며 자신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나 차를 부수고 "이 차를 현대차에게 기증하겠다"는 말을 남긴 후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차를 부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정도 였다네요.

기사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 떠오른 게 있습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일화입니다.

하이얼 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은 중국에서 '경영 구루' 대접을 받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한 때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던 하이얼을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는 유명합니다.

장루이민 회장은 하이얼의 냉장고 공장장으로 부임하며 '품질제일주의'를 표방했습니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의지에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 회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공장에서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결함이 발견된 냉장고가 생산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격분해 '불량품은 쓰레기'라고 외치며 전 직원을 공장 뒤뜰에 불러놓고 총 76대의 냉장고를 쇠망치로 직접 부숴버립니다. 직원들은 비록 불량품이지만,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애니콜 신화'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개발 뒷얘기도 비슷한 게 있습니다.

지난 1995년 삼성전자가 만든 휴대전화를 임직원과 지인들에게 설 선물로 돌렸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듣고 제품을 모두 회수합니다. 그리고 무려 15만대에 달하는 휴대전화를 구미공장 벌판에 늘어놓고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 없앨 것을 지시했습니다.

휴대전화 15만대는 당시 시가로 500억원에 달했다는군요. 지금까지도 곧잘 회자되는,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1월, 품질에 격분한 한 소비자가 자신의 소중한 차를 부숴버립니다.

만든 이가 아닌, 산 사람의 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위의 두 사례와의 차이점입니다. 다소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이 일의 책임 소재를 쉬이 판단할 수는 없어도, 현대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해 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새 차를 장만한다는 건 살면서 손에 꼽을 만큼 중요한 일일겁니다. 어떤 차를 살 지 깊이 고민하고, 만만치 않은 값을 치르고, 꿈에도 그리던 자신의 차가 인도되는 순간을 기다리곤 하죠. 그렇게 손에 넣은 차가 불량이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다시는 그 회사가 만든 차를 사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려울겁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애써 개발한 자동차가 소비자의 손에 의해 부숴졌다는 건, 수습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일이 아닐까요. 초기 결함이 발견됐던 쏘나타를 모아놓고 불사르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실한 소비자 응대와 철저한 품질 관리가 제조업의 기본임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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