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화두인 복합화(Convergence)는 금융업에서도 일상화됐다. 은행은 보험과 펀드를,증권사는 결제계좌 기능이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판매하고 있다. 보험사도 물론 펀드와 신탁을 보험창구에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도 여러 금융사를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서 종합적인 재무설계를 받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하는 추세다. 아무래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어서 금융사들은 종합자산관리(Wealth Management)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는 최근 신탁을 활용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신탁(Trust)이란 말 그대로 '재산을 믿고(信) 맡긴다(託)'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 일본 등에서는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신탁은 고객이 금전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금융사에 맡기고,금융사는 이를 투자 · 운용 · 보관 · 처분해 수익을 얻어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는 형태의 자산관리 계약이다. 예금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어느 자산에 투자할 것인가는 신탁계약서에서 별도로 지정하며 계약기간에 수시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신탁은 일반 금융상품과는 달리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한 하나의 도구나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신탁은 고객과의 1대1 맞춤계약을 통해 가입기간,투자상품,수익자,수익금 지급주기 및 방법 등 세부 사항을 정할 수 있다. 각 개인의 투자성향과 자금 스케줄 등에 맞춘 개인별 재무설계가 가능한 셈이다. 연령대로 보면 20대 후반부터 50대 중후반까지의 재산축적 기간의 경우 투자형 신탁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금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재산형성을 도와준다. 은퇴 후 노후기간에는 관리형 신탁을 통해 재산을 안정적으로 운영 · 관리함으로써 편안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신탁은 유언(遺言)대용 효과가 있어 본인 사망시 배우자나 자녀 등 미리 지정한 사람에 대한 재산상속 계획까지 설계할 수 있다. 신탁을 활용하면 말 그대로 전 생애에 걸친 종합적인 재무설계가 가능하다.

신탁은 다른 금융상품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치매 중병 등으로 본인이 직접 자산관리하기 힘든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자산관리 계약을 체결해둬 사망시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설계할 수 있다. 또 생전증여신탁을 선택하면 본인 사망 후 경제적 관념이 약한 고령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의 생활까지도 미리 설계해 둘 수 있다.

올해부터는 보험과 신탁을 결합해 위험보장과 자산관리를 동시에 해주는 보험신탁이나 유언신탁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될 전망이다. 보험사 신탁을 활용해 평생의 재무설계도를 짜보자.

정현종 삼성생명 신탁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