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병 · 의원이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할 때 보험 약가(藥價)보다 싸게 구매한 만큼 병 · 의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첫 번째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줄이고 병 · 의원의 경영을 돕자는 목적에서다. 두 번째 목적은 의약품 구매를 둘러싸고 제약회사가 병 · 의원에 주는 음성적인 불법 리베이트를 차단함으로써 그만큼 약값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약업계는 이 인센티브제도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왜일까. 제약업계는 우선 이 제도는 가격 경쟁을 과열시켜 지나치게 싼값에 의약품을 병 · 의원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 제도를 도입해도 불법 리베이트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제약회사는 인센티브 액수보다 더 많은 액수의 리베이트를 주고라도 보험약가를 지키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이렇게 되면 병원과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로 담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결국 약값이 지나치게 깎이든지,아니면 리베이트 액수가 높아져 결국은 지금도 어려운 많은 제약회사들이 도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다수의 약가인하제도가 작동 중에 있고,리베이트 근절 방안으로 지난해 8월부터 '리베이트근절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더해 올 4월부터 시행될 공정위의 공정거래 규약도 만들어져 있다. 새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이미 있는 제도부터 성실히 시행하는 것이 옳은 순서일 것 같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약품과 제약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는 의약품을 국민복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국민들로 하여금 우수한 의약품을 싼 값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규제하려 드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의약품을 만들어 내는 제약도 엄연한 산업이다. 그러므로 제약도 전자나 자동차처럼 적절한 이윤을 통해 번듯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지나친 가격통제로 만약에 국내 제약산업이 고사(枯死)하게 된다면,예컨대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 유행시 백신과 타미플루를 외국에서 수입 · 확보하려고 난리를 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또 동남아 각국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다국적 제약기업의 시장으로 전락하게 되고,정부는 의약품의 가격통제권을 완전히 다국적 제약기업에 넘겨 주게 된다. 또 자타가 공인하는 '21세기 성장 동력산업'인 바이오 신약개발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기적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황금알을 낳는,미래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고.그러므로 정부는 말로만 '성장동력산업' 운운하지 말고,실질적으로 제약을 '산업'으로 보는 시각을 갖기 바란다.

심창구 < 서울대 제약학과 교수·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