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매년 300편씩 관람…'대박영화' 感잡아도 상영관 수 또 고민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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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프로그래머' 국대영씨
지난 14일까지 866만명이 관람해 이달 중 10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되는 영화 '아바타'.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놀라운 상상력,3D 입체영상으로 대표되는 아름답고 화려한 영상미,탄탄한 스토리 전개 방식 등으로 이 영화는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
그러나 영화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담아내는 그릇(영화관)이 많지 않다면 대박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바타'의 경우 지난달 17일 개봉 당시 전국에서 무려 900여개 상영관을 확보했고,6주차인 지금까지 500여개를 유지하고 있다. 대개의 블록버스터(대작)급 영화가 300~400개 관을 잡는 데 비하면 상영관 수만으로도 다른 영화를 압도한 셈이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도 '아바타' 초기 상영관을 200여개로 잡았다. CGV 전체 상영관(575개)의 3분의 1 정도다. 하지만 상영관 수를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루가 멀다하고 개봉영화가 쏟아지는 데다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언론매체나 영화전문가로부터 호평을 받은 영화가 의외로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고 아무도 관심 없던 독립영화가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치기도 한다.
영화관마다 상영관 수를 결정하는 전문가인 '영화 프로그래머'를 키우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2002년 CGV에 들어가 영화 프로그래머로 일해온 국대영씨(36)를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만났다.
▼영화 프로그래머란 직업이 생소한데요.
"영화 프로그래머는 영화관에서 관람객 수를 예측 · 분석해 상영관에 걸릴 영화를 선택하는 직업입니다. CGV만 해도 전국의 극장이 70곳,상영관은 575개나 되는데 각각의 상영관이 어떤 영화를 내거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죠."
▼개봉영화의 수요 예측은 어떻게 하나요.
"일단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 관계자,기자,일반 관객 등의 직접적인 평가를 듣습니다. 예매율 추이와 관련 기사 등도 확인하고요. 네티즌이 인터넷 블로그,카페 등에 올리는 소감이나 댓글도 참고해요. "
▼가장 중요한 기준은 뭡니까.
"물론 관객 반응입니다. 그런데 시사회 중에서도 언론이나 영화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는 성격이 많이 달라요. 일반적으로 낮 시간대에 진행하는 언론 시사회는 분위기가 차분해요. 평가를 위해 관람하다 보니웃음이나 울음이 터지는 경우가 거의 없죠.반면 주로 저녁 시간대 이뤄지는 일반 시사회에서는 관객들이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냅니다. 영화 프로그래머에겐 그래서 일반 시사회의 반응이 더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죠."
▼예상 관람객 수가 딱 나오나요.
"그럼요. 개봉 전 이런저런 조사를 마치고 나면 대충 예상 관람객 수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전우치'의 경우 300만명은 넘을 것으로 봤는데 맞아떨어졌죠.'아바타'는 500만명 이상 볼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1000만명을 넘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500만명 이상은 예측이 무의미합니다. 스노볼 효과(Snowball effect · 비탈을 따라 내려오는 눈덩이가 스스로 커지듯 어느 선을 넘어서면 가치가 저절로 높아지는 현상)로 인해 어디까지 갈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
▼영화를 많이 봐야겠네요.
"국내에서 매년 개봉하는 영화가 300편가량 되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다 봅니다. 관객 반응 등을 체크하기 위해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경우가 많아요. 최고로는 다섯 번까지 본 적도 있어요. 영화 보는 게 직업이지만 휴일에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도 자주 갑니다. 물론 저는 이미 본 영화지만요. (웃음)"
▼흥행 영화에도 트렌드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영화가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숨어 있던 대중의 취향을 잘 잡아낸 영화가 성공을 거둠으로써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경향이 강해요. 이 같은 숨은 트렌드를 찾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신문을 꾸준히 구독하고 잡지,인터넷 등도 많이 활용하는 편입니다. "
▼대박 영화는 어떻게 판별하죠.
"저는 관람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싶은 영화를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영화로 꼽습니다. 그만큼 몰입도가 강하다는 얘기거든요. '국가대표''해운대''추격자' 등이 대표적인 타임 킬러(Time Killer)죠."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예상이 빗나갔을 때죠.일반적으로 개봉 첫주 관람객이 그 영화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드물지만 개봉 2주차에 첫주보다 관람객이 많아지는 영화도 가끔씩 나옵니다. 이를 업계의 속어로 '개싸라기 났다'고 하는데,지난해 관람객 수가 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그런 경우죠.저도 개봉 때 이 영화를 봤지만 '그냥 괜찮다' 싶은 정도였거든요. 왜 뒤늦게 인기를 끌었는지 궁금해서 세 번이나 다시 봤어요. "
▼꽤 바쁘시겠습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상영 영화를 조정하기 때문에 주초에는 여기저기서 전화받느라 정신 없어요. 전국 70개 극장 및 배급사 관계자들과 하루에만 수백통의 전화를 주고받습니다. 메신저,이메일로도 연락이 많이 오죠.주중과 주말에는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거나 현장에 나가 관객 반응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영화 관계자들과 술자리도 많은 편이고요. "
▼CGV가 영화관 업계 1위인데 '갑'의 위치겠군요.
"계약서상으로는 '을'이지만 사실상 '갑'이죠.그래서 더욱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고 애씁니다. 특히 평소 배급사 관계자들과도 형,동생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지만 업무상 딱 잘라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럴 때면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호하게 표현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죠."
▼관람하기 가장 좋은 극장은 어디인가요.
"전국에 있는 모든 CGV 영화관은 다 가봤는데요. 일단 스크린 크기로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가장 크지만 3D 입체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아이맥스(IMAX)관까지 포함해 왕십리역 CGV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
▼극장에 따라 거는 영화가 달라집니까.
"물론입니다.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관객의 성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영화 포트폴리오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가령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의 경우 영화를 자주 바꿔 다양한 신작을 볼 수 있도록 하죠."
▼영화를 내릴 때도 기준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객석점유율을 보지만 딱 몇 % 이하면 내린다는 식으로 정해두지는 않아요. 개봉작 편수가 매주 다르거든요. 상영 중인 영화의 인기가 없더라도 별다른 신작이 없으면 상영관을 놀릴 수는 없으니 그냥 가는 거죠.반대로 흥행 대작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선 인기가 많은 영화라도 상영관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요. "
▼영화도 운때가 맞아야 하는군요.
"'세븐데이즈'가 운 없는 영화였죠.스토리나 연기,연출 등 모든 면에서 흥행 요소를 고루 갖춘 영화였는데 '어거스트 러쉬''나는 전설이다' 등의 대작에 밀렸죠.전국에서 200만 관객을 모았지만 사실 그보다는 훨씬 더 성공할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
이호기/정동헌 기자 hglee@hankyung.com
그러나 영화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담아내는 그릇(영화관)이 많지 않다면 대박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바타'의 경우 지난달 17일 개봉 당시 전국에서 무려 900여개 상영관을 확보했고,6주차인 지금까지 500여개를 유지하고 있다. 대개의 블록버스터(대작)급 영화가 300~400개 관을 잡는 데 비하면 상영관 수만으로도 다른 영화를 압도한 셈이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도 '아바타' 초기 상영관을 200여개로 잡았다. CGV 전체 상영관(575개)의 3분의 1 정도다. 하지만 상영관 수를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루가 멀다하고 개봉영화가 쏟아지는 데다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언론매체나 영화전문가로부터 호평을 받은 영화가 의외로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고 아무도 관심 없던 독립영화가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치기도 한다.
영화관마다 상영관 수를 결정하는 전문가인 '영화 프로그래머'를 키우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2002년 CGV에 들어가 영화 프로그래머로 일해온 국대영씨(36)를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만났다.
▼영화 프로그래머란 직업이 생소한데요.
"영화 프로그래머는 영화관에서 관람객 수를 예측 · 분석해 상영관에 걸릴 영화를 선택하는 직업입니다. CGV만 해도 전국의 극장이 70곳,상영관은 575개나 되는데 각각의 상영관이 어떤 영화를 내거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죠."
▼개봉영화의 수요 예측은 어떻게 하나요.
"일단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 관계자,기자,일반 관객 등의 직접적인 평가를 듣습니다. 예매율 추이와 관련 기사 등도 확인하고요. 네티즌이 인터넷 블로그,카페 등에 올리는 소감이나 댓글도 참고해요. "
▼가장 중요한 기준은 뭡니까.
"물론 관객 반응입니다. 그런데 시사회 중에서도 언론이나 영화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는 성격이 많이 달라요. 일반적으로 낮 시간대에 진행하는 언론 시사회는 분위기가 차분해요. 평가를 위해 관람하다 보니웃음이나 울음이 터지는 경우가 거의 없죠.반면 주로 저녁 시간대 이뤄지는 일반 시사회에서는 관객들이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냅니다. 영화 프로그래머에겐 그래서 일반 시사회의 반응이 더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죠."
▼예상 관람객 수가 딱 나오나요.
"그럼요. 개봉 전 이런저런 조사를 마치고 나면 대충 예상 관람객 수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전우치'의 경우 300만명은 넘을 것으로 봤는데 맞아떨어졌죠.'아바타'는 500만명 이상 볼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1000만명을 넘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500만명 이상은 예측이 무의미합니다. 스노볼 효과(Snowball effect · 비탈을 따라 내려오는 눈덩이가 스스로 커지듯 어느 선을 넘어서면 가치가 저절로 높아지는 현상)로 인해 어디까지 갈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
▼영화를 많이 봐야겠네요.
"국내에서 매년 개봉하는 영화가 300편가량 되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다 봅니다. 관객 반응 등을 체크하기 위해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경우가 많아요. 최고로는 다섯 번까지 본 적도 있어요. 영화 보는 게 직업이지만 휴일에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도 자주 갑니다. 물론 저는 이미 본 영화지만요. (웃음)"
▼흥행 영화에도 트렌드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영화가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숨어 있던 대중의 취향을 잘 잡아낸 영화가 성공을 거둠으로써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경향이 강해요. 이 같은 숨은 트렌드를 찾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신문을 꾸준히 구독하고 잡지,인터넷 등도 많이 활용하는 편입니다. "
▼대박 영화는 어떻게 판별하죠.
"저는 관람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싶은 영화를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영화로 꼽습니다. 그만큼 몰입도가 강하다는 얘기거든요. '국가대표''해운대''추격자' 등이 대표적인 타임 킬러(Time Killer)죠."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예상이 빗나갔을 때죠.일반적으로 개봉 첫주 관람객이 그 영화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드물지만 개봉 2주차에 첫주보다 관람객이 많아지는 영화도 가끔씩 나옵니다. 이를 업계의 속어로 '개싸라기 났다'고 하는데,지난해 관람객 수가 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그런 경우죠.저도 개봉 때 이 영화를 봤지만 '그냥 괜찮다' 싶은 정도였거든요. 왜 뒤늦게 인기를 끌었는지 궁금해서 세 번이나 다시 봤어요. "
▼꽤 바쁘시겠습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상영 영화를 조정하기 때문에 주초에는 여기저기서 전화받느라 정신 없어요. 전국 70개 극장 및 배급사 관계자들과 하루에만 수백통의 전화를 주고받습니다. 메신저,이메일로도 연락이 많이 오죠.주중과 주말에는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거나 현장에 나가 관객 반응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영화 관계자들과 술자리도 많은 편이고요. "
▼CGV가 영화관 업계 1위인데 '갑'의 위치겠군요.
"계약서상으로는 '을'이지만 사실상 '갑'이죠.그래서 더욱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고 애씁니다. 특히 평소 배급사 관계자들과도 형,동생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지만 업무상 딱 잘라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럴 때면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호하게 표현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죠."
▼관람하기 가장 좋은 극장은 어디인가요.
"전국에 있는 모든 CGV 영화관은 다 가봤는데요. 일단 스크린 크기로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가장 크지만 3D 입체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아이맥스(IMAX)관까지 포함해 왕십리역 CGV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
▼극장에 따라 거는 영화가 달라집니까.
"물론입니다.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관객의 성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영화 포트폴리오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가령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의 경우 영화를 자주 바꿔 다양한 신작을 볼 수 있도록 하죠."
▼영화를 내릴 때도 기준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객석점유율을 보지만 딱 몇 % 이하면 내린다는 식으로 정해두지는 않아요. 개봉작 편수가 매주 다르거든요. 상영 중인 영화의 인기가 없더라도 별다른 신작이 없으면 상영관을 놀릴 수는 없으니 그냥 가는 거죠.반대로 흥행 대작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선 인기가 많은 영화라도 상영관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요. "
▼영화도 운때가 맞아야 하는군요.
"'세븐데이즈'가 운 없는 영화였죠.스토리나 연기,연출 등 모든 면에서 흥행 요소를 고루 갖춘 영화였는데 '어거스트 러쉬''나는 전설이다' 등의 대작에 밀렸죠.전국에서 200만 관객을 모았지만 사실 그보다는 훨씬 더 성공할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
이호기/정동헌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