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종합검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이 뿔났다. 국민은행에서 만든 금감원 사전검사 기록이 유출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운전기사 등 사생활까지 파헤친 것으로 드러나자 금감원 측이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은 고의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금감원은 '검사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격앙돼 있어 종합검사가 감정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은 지난 14일부터 4주간 일정으로 국민은행과 KB금융을 상대로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기록 유출,수사 의뢰"

주재성 금감원 은행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민은행이 내부자료로 작성한 '금감원 검사 수검일보'가 공개돼 공정하고 효율적인 검사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검사 업무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법률 검토를 거쳐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법 69조엔 검사를 방해하거나 거부,기피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금감원이 강경하게 대응한 것은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국회 정무위)에서 국민은행 측이 지난해 12월16~23일 금감원 사전 검사를 받으면서 만든 수검일보를 입수해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엔 금감원이 강정원 행장 등 임원과 사외이사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요구 자료와 조사 내용,조사를 담당한 금감원 직원의 이름까지 적혀 있다.

지난달 16일엔 커버드본드와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인수 등과 관련한 내용을 조사했으며 2007~2009년 이사회 의사록과 임원 보수 등 계약서를 요구했다. 17일엔 직원 중 전남대 MBA(경영학석사) 파견자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인 곳으로 이사회의장과 국민은행 간 연관성을 조사한 것이다.

또 강 행장의 운전기사 2명에 대해 2차례 면담을 했으며 다음 날엔 전날 기사를 면담할 때 늦게 온 사유에 대한 경위서를 요구했다. 업무용 PC 13대를 징수 또는 봉인했으며,비서실에서는 무려 7대를 제출받았다.

아울러 KB창업투자의 영화 투자 실패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으며 22일엔 영화표 단체 구매와 관련해 직원 2명을 면담한 뒤 마케팅부 직원의 업무용 PC를 봉인했다. 부행장 2명에 대한 사택을 지원한 내역을 조사하고 해당 임원의 계좌를 조회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고의 아니다"


국민은행은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부행장 등 임원들이 금감원을 찾아 수검일지 유출이 고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홍영표 의원실에서 국민은행 노조에 사전검사 자료를 요청했고 이에 노조가 관련 부서에 자료 요청을 요구했는데 이 부서 직원이 별 생각없이 자료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또 "금감원 사전검사 수검일보가 유출돼 금융당국에 누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은행은 "유출 경위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오늘 중 관련자를 문책할 예정"이라며 "수검기간 중 관련 정보의 대외 유출 등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석/강동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