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것은 평형감각,시각,체성감각 등이다. 평형감각은 귀의 전정기관이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어도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은 전정기관 덕분이다. 이때 눈을 뜨고 있다면 인체는 머리가 움직이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전혀 어지럽지 않다. 체성감각은 내가 어디에 접촉해 있는지를 느끼는 것이다. 즉 의자에 앉아 있거나 내 몸에 뭐가 달라붙었다는 느낌이다. 인체는 평형감각과 시각,체성감각 등 세 가지 신호가 모두 일치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3D 영화 관람 도중 어지러운 것은 이들 세 가지 감각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체 안경을 벗으면 이런 정보의 불일치에서 헤어나와 편안해질 수 있다. 그래도 입체안경을 쓴 채 영화를 계속 보고 싶다면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는 시각적 정보를 무시하고,화면 속의 현실에서 한 발짝 뒤로 빠져 나와서 의식적으로 체성감각에 더 집중하면 된다. 의자 손잡이를 지그시 잡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상황에 잘 대응하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지만 선천적으로 시각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은 현기증에 빠질 수 있다.
/박홍주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