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에서 15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간담회의 구체적인 일정은 하루 전에 잡혔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이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가 이렇게 급박하게 만난 것은 올해 경제운용에서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거듭 주문하면서 노사관계 선진화에 대한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경제계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 발표로 화답했다.



◆"고용전략회의,기업지원회의로"

이 대통령은 우선 지난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이 노력해준 데 대해 여러 차례 "고맙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국가 고용전략회의를 매달 열려고 한다"며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지원 전략회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국내 투자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적인 배려를 검토하고 있다"며 "토지와 인건비가 너무 비싼 만큼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일자리를 300만개 이상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관계가 선진화돼 기업이 자유롭게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얘기한 데 대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관계법 테두리 안에서 정부는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 임금이 전례 없이 2년간 동결됐다"며 "하위 공직자의 고충이 많을 것이다. 민간 기업에 주는 메시지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도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임금을 낮추고 근로자를 더 고용하자는 '잡 셰어링'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이 처음엔 '잡 셰어링'이 '시장원칙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하다가 최근엔 '검토할 만한 의제'라고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 한국적 문화를 접목해 더 강점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공격 투자 다짐

구본무 LG 회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를 위한 핵심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라며 "이 사업은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여서 잘만 하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친환경 녹색성장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용을 늘리고 채용 시기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한국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덕수 STX 회장은 "풍력,태양광 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대기업 총수들은 각 그룹 경영현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기업 인수와 관련해 좋은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내년에는 중국 톈진에,그 이듬해에는 선양에 백화점을 여는 등 해외 사업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연기한 것과 관련해 "해외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보완을 지시했다"며 "한화가 너무 국내에만 치우쳐 있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산업은행의 PEF(사모펀드) 참여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아직 산은 측에서 공식적인 연락은 없지만,회사 내부적으로는 이사회 등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해 놨다"며 "5000억~6000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홍영식/이정선/장창민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