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 HMC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은 2008년 9월16일을 잊지 못한다. DE쇼(현 KBC) 맥쿼리증권 등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낸 그가 현대차그룹 계열 HMC투자증권에 영입돼 첫 출근한 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날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리먼브러더스 파산일이었기 때문이다.

리먼 파산은 미국 현지시간 9월15일로 한국에선 추석 연휴 다음 날(16일)이었다. 새 출발에 앞서 이곳 저곳에 인사를 하고 다니던 그에게 사람들은 '바닥이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축하인사를 건냈다. 강 부사장은 "증권가 우스갯소리에 '바닥 밑에 지하실'이라더니 그때부터 국내외 주식시장이 정신없이 하락하는데 정말 진땀뺐다"며 "험난한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셈"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20여년간 자본시장에 몸담으면서 주식영업(리테일)을 빼고는 IB(기업금융) M&A(인수합병) 헤지펀드 · 사모펀드(PEF) 파생상품 운용을 모두 경험했다. 직장도 동원증권에서 출발해 한누리살로만 KBC 맥쿼리까지 국내외 금융사를 넘나들었다.

그는 아무리 베테랑일지라도 판단이 쉽지 않을 정도로 올해 증시는 변수가 많아 변동성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통화완화정책이 가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 등으로 이어지겠지만 속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올해 안에 미국 일본 유럽에서 금리가 쉽게 인상될 것 같진 않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한국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0.25%포인트 정도 인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2월쯤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이나 한국의 경기선행지수와 일부 국가들의 금리인상 시기에 따라 증시와 경제의 조정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올 주식시장을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각국 정부가 대폭 늘린 지출의 효과가 1년이 지나 후행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우려를 불러온 중국의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지속되는 미국의 통화완화정책으로 완충될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세계 금리인상의 이유가 경기회복에 따른 자신감이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때문이라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힘들어 질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부담감이 커질 수 있어 금리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그는 "유동성을 잘 확보해야 한다"며 "10년 장기투자가 아니라면 위 아래로 왔다갔다 하는 주가를 개인들이 견뎌내기 쉽지 않은 만큼 투자금의 일정액은 현금으로 들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종목으로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IT(정보기술) 등 대형주가 많이 오를 것으로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저평가된 중소형주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과거에는 외국인의 주류가 장기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여서 그들이 순매수하는 종목은 몇 개월이고 주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환차익을 노리거나 단타 위주의 헤지펀드,현 · 선물 차익거래자 등도 매우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지수가 조정을 받으면 주식형펀드로 돈이 다시 들어와 중소형주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2차전지나 발광다이오드(LED) 풍력 원자재 관련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투자자들에게는 최근 1~2년 화려한 성적을 낸 '눈에 띄는' 펀드에 무조건 투자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오랫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낸 대형 펀드나 수수료가 싼 펀드를 고른 뒤,자금 유출입 상황이나 매니저 교체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수수료 구조가 장기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고,유능한 펀드매니저가 떠나면 운용 성과에 바로 타격이 온다는 설명이다. 또 돈이 계속 많이 빠져나가는 펀드는 보유 종목을 팔아야 해 남아있는 자금의 수익률도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펀드도 생명이 있다"며 "배당성향이 높고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으로 포트폴리오가 짜여진 가치투자형 펀드와 원자재 펀드가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강 부사장은 "100% 안정적인 투자는 없으며 위험 가능성을 감내하지 않으면서 금융자산을 굴려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