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한홍택) 인지로봇센터 박사 연구팀이 15일 KIST 서울 본원에서 개최한 시연회에서 인간형 가사도우미 로봇 '마루-Z'와 '마루-M'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두 발로 걷거나 뛰는 인간형 로봇을 선보인 적은 많았지만 집안 일을 돕는 로봇은 처음 개발됐다는 것이 연구팀측 설명이다. 유범재 박사는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 기술은 걷거나 뛰도록 하는데 집중돼 있었다"며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자율보행능력을 갖춘데다 목표물을 찾아 전달할수 있는 시각기반조작능력까지 갖춘 로봇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두발로 걷는 마루-Z와 바퀴로 이동하는 마루-M은 네트워크를 통한 분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방에 있는 마루-M은 두 눈(카메라)과 음성인식시스템으로 주인을 인식한뒤 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한다. 마루-M이 받은 명령을 LAN선을 통해 부엌에 있는 마루-Z에게 전달하면 주인이 원하는 물건을 마루-Z가 마루-M에게 가져다 주고 다시 마루-M이 주인에게 옮겨다 준다. 유 박사는 "장기적으로 원격지에 있는 로봇에게 주인 근처의 로봇이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로봇 한 대로도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두 대로 나누어 진행했다"며 "시스템안정성을 높일 목적으로 유선 LAN을 쓰고 있지만 무선 LAN으로 바꿔 이동범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마루-Z는 간단한 식사준비를 돕는 등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완벽한 가사도우미로 이용하려면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마루-Z가 할 수 있는 작업은 전자렌지 등 일부 가전기기의 스위치를 누르거나 컵,토스트,빵,바구니 등을 집어 옮길 수 있는 정도.걷는 속도가 시속 1.5㎞에 불과해 약 33㎡ 크기의 실내에서 주인의 명령을 받고 토스트를 갖다 주기까지 약 9분 정도로 걸린다.
유범재 박사는 "향후 요리보조및 청소,심부름 등 '서비스로봇' 시장을 개척하고 미지,위험,오염 지역에 인간형 로봇을 보내 인간을 대신해 작업하게 하는 데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며 "인간이 할 수 없는 각종 작업에까지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