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4시 부산시 중구 광복지하상가.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연결된 이곳에 들어서니 한 달 전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아이스 슈즈''이니스 프리' 등 신발과 화장품 상점안은 고객들이 붐비면서 오가기가 힘든 모습이다. 의류점들도 가격을 묻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유동인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김구권 광복지하상가상인회 총무는 "광복 지하상가에 지난해만 해도 하루 3만~4만명 정도 오갔는데 최근에는 6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붐비고 있다"며 "덕택에 파리만 날리던 가게들이 롯데백화점 광복점 개점 이후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상권을 살리기 위해 상인들이 스스로 나서 인도 주위를 정리하고,손님맞이 교육도 실시하는 등 백화점 못지 않게 깨끗하고 친절하게 고객들을 모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으로 올라가면 바로 만나게 되는 자갈치시장과 광복로 상가도 활기를 띠기는 마찬가지.쇼핑을 왔다가 횟집에 들른 사람들과 광복로 상가를 함께 구경하러온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철영 자갈치 부산횟집 사장은 "주말이면 쇼핑백을 들고 회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며 "롯데타운이 100% 개장하고 광복동 손님맞이 사업들이 활성화되면 고객들이 대폭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복로에서 옷가게를 하는 박모씨는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던 상권이었다가 1998년 시청이 연제구로 옮겨가면서 추락했던 광복로 일대에 다시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며 "최근 매출이 20% 가까이 늘어 새로 리뉴얼을 마친 뒤 고객끌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점 일색이었던 이곳에는 현재 커피전문점과 식당,액세서리점 등 다양한 업종도 생겨나고 있다.

중앙동에서 광복동으로 이어지는 원도심 상권이 부활하고 있다. 힘을 잃었던 이 일대가 롯데백화점 광복점 개점으로 해운대와 서면 등에 빼앗겼던 위상을 되찾으면서 광복동 시대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650여개 브랜드 매장이 입점한 광복점은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로 영업면적이 4만4118㎡에 이른다. 바로 옆에 2014년 130층짜리 부산롯데타워가 들어서면 부산의 랜드마크로 부상하면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후쿠오카와 대마도에서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오는 일본 관광객의 첫 쇼핑관문 역할을 하면서 외화벌이 첨병역할도 할 것으로 백화점 측은 잔뜩 기대하고 있다.

때맞춰 부산시와 관할 구청인 중구청도 다양한 원도심 살리기에 나섰다. 부산역에서 40계단 역사테마거리~광복로~부산롯데월드~자갈치시장~PIFF광장~국제시장~용두산공원을 잇는 테마별 관광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 등에는 미술의 거리와 갤러리를 만들기로 했다. 오는 3월께 산뜻한 디자인을 가미한 관광안내표지판 8곳과 관광안내소 2곳도 열 계획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광복로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젊은이를 끌어들이고 있다. 오는 5월 보수동 책방거리에는 책문화관을 설립한다. 연내에 자갈치시장 새단장도 끝낼 예정이다.

김은숙 중구청장은 "중구 일대는 부산역사의 태동지로 볼거리,즐길거리가 가득한 문화관광의 중심"이라며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부산롯데월드와 북항재개발 사업 등을 연계시켜 지역경제를 이끌 수 있는 원도심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복로 일대가 부흥하면서 인근 상가와 아파트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210곳 가운데 70여곳이나 비어있던 광복지하상가는 지난해 말부터 모두 임대되면서 빈점포를 찾을 수 없다. 임대료도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상가들도 비어있거나 '임대' 중인 곳이 눈에 많이 띄었으나 지난 12월부터 사라졌다. 액세서리 매장으로 리뉴얼하고 있는 한 상점 주인은 "임대료가 20% 올랐지만 손님들이 늘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롯데 광복점 직원 2500여명 가운데 700여명이 영도에 거주하면서 영도 일대 아파트 값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뛰어 부산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2014년까지 복합쇼핑몰 시설을 늘릴 계획이어서 영도 일대의 아파트 값은 한 차례 더 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광복로 일대에는 올해부터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점쳐진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부산항에 들어오는 국제 크루즈선이 사상 최대인 80척(승객 10만명)에 이를 전망이며,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선사가 생겨 출입국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갈치시장에 크루즈선 선착장도 만들어 부산항 내 관광투어를 하는 국내외 관광객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연내에 KTX 부산~대구 구간과 부산~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광역권 관광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가 원도심 부활의 원년이 되기 위해서는 북항재개발 사업의 가닥이 빨리 잡혀야 한다"며 "사람이 몰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