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인수 · 합병(M&A)하려다 실패하면 이미 낸 이행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황적화)는 물류업체인 신영기업이 한국리스여신을 상대로 "이행보증금 55억원과 관련 이자를 지급하라"며 제기한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서는 신영의 최종 인수제안서가 한국리스여신 측의 입찰안내서와 반(反)할 경우 신영의 우선협상 권한을 배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신영이 M&A 이후의 세무상 우발채무 가능성에 대해 별도 조치를 요구한 것은 입찰안내서에 반하므로 협상권 배제와 이행보증금 몰취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한국리스여신 측은 2008년 6월 신영 등 4개사에 기업 매각을 위한 입찰안내서를 보내 이 가운데 1085억여원의 입찰금액을 제시한 신영을 우선협상권자로 선정했다. 신영은 입찰금액의 5% 수준인 이행보증금 55억원을 납입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정밀실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리스여신 측의 외화차입금 회계 처리와 관련해 세무상 우발채무 가능성이 발견되자 "주주은행들과 채권기관협의회가 채무 발생시 전액 손해배상을 하고 담보조로 5년 동안 324억원을 에스크로(조건부양도) 계좌에 예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리스여신 측은 "추가적인 세무적 위험 요소는 인수 제안 가격에 적절히 반영토록 한 입찰안내서 내용에 어긋난다"며 제안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신영이 이를 거부하자 "양해각서 등에 따른 본계약 체결 협상에 임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며 지난해 1월 양해각서를 해지하고 이행보증금을 몰취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