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PB상품, 성분 같은데 값은 최고 2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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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중간·실속형 나눠 판매
품질표시 없이 성분·용량만 표기
업계 "포장 차별…먹어보면 다르다"
품질표시 없이 성분·용량만 표기
업계 "포장 차별…먹어보면 다르다"
두 상품의 차이를 물어보니 점원은 "먹어보면 맛이 다르다"고만 설명했다며 이씨는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멸치의 선도상 전문가가 식별할 수 있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소비자가 알 길이 없다.
대형 마트들이 PB상품을 △프리미엄 △중간형 △실속형 등 세 등급으로 나눠 팔지만 막상 성분 · 원재료 표시에는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본지 조사 결과,일부 상품은 중간형과 실속형의 표시성분과 용량이 같은데 가격이 작게는 13%에서 크게는 두 배까지 차이가 났다.
롯데마트의 PB상품 '와이즐렉 국수'(중간형 · 3390원)는 '와이즐렉 세이브 알뜰국수'(실속형 · 2980원)와 성분(호주 · 미국산 소맥분,식염) 및 용량(1.5㎏)이 모두 같은데 가격은 410원(13.8%) 비쌌다. 제조방법도 '소맥분 조직을 강화,숙성'했다고 똑같이 표기돼 있다.
기자가 차이를 묻자 판매 직원은 "그냥 믿고 사라"고 둘러댔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제품 포장에 잉크도수를 낮추고 그림을 간소화해 원가를 절감하고 마진도 낮췄다"고 군색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포장비가 많이 드는 선물세트도 아닌데 단순 비닐포장 제품의 포장비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형 마트들이 품질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품 중에도 표시성분이 같은 경우가 많아 오해를 사고 있다. 이마트의 실속형 '부산사각어묵 세이브'(1㎏)의 100g당 가격이 330원이고,중간형인 '부산사각어묵 이마트'(250g)는 404원이다. 이마트는 실속형 상품이 낮은 등급의 어육을 쓴다고 밝혔지만 제품 겉봉에 표기된 성분은 같았다. 또 홈플러스의 '커피땅콩'(좋은상품 180g · 알뜰상품 1㎏)은 땅콩 두 쪽이 붙은 상태에서 코팅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 차이가 있지만 성분은 '중국산 땅콩 52%,설탕,커피' 등으로 똑같이 표기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측은 "품질 차이는 의무 표시사항이 아니다" "품질 차이가 미세하고 모두 상급인데 품질 차이를 일일이 표기하면 소비자가 실속형 품질이 중간급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홈플러스 풋고추(150g · 1봉)의 경우 좋은상품(1980원)과 알뜰상품(1690원)이 모두 '국내산,특등급'으로 표기돼 있고 실제로 보면 고추 모양이 다르다. 하지만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선 이미지 사진을 사용해 소비자가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소비자가 멸치,어묵,땅콩 등의 품질을 일일이 따지기 어렵다"며 "대형 마트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PB를 늘려가는 추세인데 등급별로 품질에 차이가 있다면 소비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백상경 인턴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