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자 130만명…적자 1조6천억 사상최대
17일 정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계정에 대한 작년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5조660억원이던 잔액은 작년 말 현재 3조4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연말 잔액 기준으로는 2001년 2조9145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실업급여 계정의 잔액은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3조원대,4조원대에 올라선 후 계속 증가해 2006년에는 5조5397억원까지 늘었고 이후 5조원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실업급여 수령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산전휴가급여 등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3조5000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타간 사람은 제도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13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실업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상반기 중에는 실업급여 지급액과 수급자 수가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입액은 1조9000억원에 불과해 결국 1조6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실업급여 잔액이 급감하면서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의 요율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고용보험법은 "노동부 장관은 대량 실업의 발생이나 그 밖의 고용상태 불안에 대비한 준비금으로 여유자금을 적립해야 한다"며 "실업급여 잔액은 전년 지출액의 1.5배 이상~2배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실업급여 잔액은 3조4000억원대,전년 지출액이 3조5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배 밑으로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도 보험료율 증가 없이 당장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업급여 기금이 증가하려면 취업자(고용보험 가입자)가 늘든가 임금이 올라야 한다. 실업 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직원과 회사가 각각 임금의 0.45%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업난이 여전히 진행형인 데다 지난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사업장이 많아 당장 수입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직후처럼 또 한차례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업급여 보험료율은 0.6%(노사 각 0.3%)였다가 1999년 외환위기로 잔액이 줄어들자 1.0%로 상향 조정됐고,이후 2003년에 0.9%로 다시 인하됐다. 보험료율은 노사정 추천위원들로 구성된 고용보험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