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가 아이티 구호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는 군사 · 정치적으로 미국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다. 또 프랑스의 옛 식민지이기도 하다. 아이티는 프랑스어를 자국어인 크레올어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이티에 1억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17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적극적인 구호를 통해 아이티 영향력 되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아이티 방문 계획을 확정한 뒤 이른 시일 내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재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서 아이티의 신속한 재건을 위한 국제 공여국 회의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또 아이티의 부채 가운데 400만유로를 탕감해주기로 하고 국제사회에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이 아이티에 1만여명의 군병력과 항공모함 등을 파견한 가운데 프랑스도 군인과 의료진을 포함,군용 헬기와 50병상의 병원선 등이 탑재된 군함 2척을 아이티로 급파했다.

미국과 프랑스가 아이티 구호를 통한 패권 찾기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아이티에 입국하려던 자국의 항공기 2대가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의 관제탑을 통제하고 있는 미군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한 뒤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아이티는 지난 15일 아이티 정부가 관제능력을 갖출 때까지 주요 공항에 대한 관제권을 미국에 넘겼다. 알랭 주아양데 협력담당 국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정부는 미국 대사관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