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7일 '신영기업-한국리스여신 이행보증금 소송'에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리스여신 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은 인수를 시도하는 기업의 계약교섭 의무를 엄격히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했다고 해도 인수 기업 측이 이를 사전에 예측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입찰 조건의 근간을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신영과 리스여신 측의 사례에서는 기업실사 과정에서 확인된 우발채무 가능성이 변수였다. 신영은 "매각주간사로부터 입찰마감일 전에 제공받은 세무조정계산서만으로는 우발채무 발생 위험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기 전 세무상 위험에 대한 확인 및 입증의 의무를 다했다"며 우발채무가 이행보증금을 내기 전에 예측 불가능한 내용이었음을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세무상 위험에 대한 확인 및 입증의 의무는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자료의 제공을 요청하고 이를 제공받아 확인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신영이 우발채무에 대해 별도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 세무적 위험을 최종 인수제안가격에 반영토록 한 입찰안내서 내용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번 판결은 '한화그룹-산업은행 3150억원 소송','동국제강-한국자산관리공사 231억원 소송' 등 유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가 한화-산은 소송도 맡는 데다 산은을 대리한 법무법인도 리스여신 승소를 이끈 광장으로 같아 법조계에서는 사실상의 전초전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한화-산은 등 사건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사무산 등 사정 변경이 변수여서 법원이 달리 판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송창현 변호사는 "분쟁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의미 있는 객관적 사정변경 내용을 얼마나 최대한 주장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