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쏘나타값'에 만나는 수입차, 미쓰비시 '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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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진출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한국시장에 공식 출범한 도요타의 '캠리'로 시작된 가격인하 열풍은 다양한 등급의 차종으로 확대되며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미쓰비시를 공식 수입하는 MMSK는 지난 7일 출시한 중형세단 '랜서 2010년형' 가격을 최대 600만원 인하하는 강수를 뒀다. 2010년형 랜서의 국내 출시가격은 기본형인 다이내믹트림이 2990만원, 저가형인 스페셜트림은 27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부 국산 중형차와 비슷한 가격이다. 더욱 낮아진 가격으로 수입차 시장의 저변 확대를 노리는 랜서를 직접 만나봤다.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고급형인 다이내믹트림으로 차량 곳곳에 7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18인치급 휠을 적용했으며 직선 위주의 디자인에 차량 뒷부분 달린 스포일러가 역동성을 강조한다. 미쓰비시의 고성능 스포츠세단 '랜서 에볼루션'의 '랠리카'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 차의 디자인은 제트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게 미쓰비시의 설명이다.
스마트키를 누르고 차량에 접근하니 접혀진 아웃사이드 미러가 펼쳐지며 램프를 점등해 주인을 반긴다. 고급형 세단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기능이다. 차량에 올라타 옆구리를 감싸주는 시트에 몸을 묻고 시동을 걸었다. 스마트키가 제공되지만 버튼식이 아닌, 키를 돌리듯 스위치를 회전시켜 시동을 거는 반자동 방식이다. 저음의 시동소리가 제법 강렬하다.
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나섰다. 초반 가속능력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랜서는 2000cc급 4기통 가솔린 엔진과 6단 수동모드를 지원하는 무단자동변속기(CVT)를 탑재해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9.8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295마력의 '괴력'을 발휘하는 랜서 에볼루션과 같은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가격대비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뒷심을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밟는 발놀림에 맞춰 따라 150km/h까지 무난한 후반 가속능력을 보여준다. 엔진회전수가 4000~6000RPM 사이에 도달할 때에 이르러서야 제 성능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마음먹고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시속 180km대에 도달하지만 그 이상은 만만치 않다. 회전반경이 짧아 코너링도 만족스럽다. 다만 운전대 주변에 달린 변속기인 패들시프트가 고정형인 점은 아쉽다.
공인연비는 ℓ당 11.4 km를 주행하며 시내와 고속도로를 번갈아가며 주행해 본 결과 8~10km 사이의 실측연비를 보였다. 중형차급으로는 무난한 수준이다.
가격을 크게 낮췄다고는 하지만 매립식 내비게이션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자리를 차지한 오디오는 미국 락포드 포스게이트의 출력 650w급 시스템으로,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트렁크에 서브우퍼를 매립해 저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차 안에서 음량을 높이고 음악을 즐기는 젊은 층이 매력을 느낄 만 한 요소다.
전체적으로 젊은 층의 엔트리급 수입차로서 큰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상주행에 별 무리가 없는 성능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외관과 사양을 갖췄다. 자동 분사식 와이퍼, 일정 주행속도를 유지해주는 크루즈 컨트롤 등 운전에 도움을 주는 편의사양도 만족스럽다. 다만 다소 부족한 국내 브랜드 인지도는 넘어야 할 과제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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