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자들이 판매 회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그동안 경쟁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으로 팔던 인기펀드까지 유치해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이 제도가 오는 25일 시행되면 투자자들이 인기 펀드에 가입하려고 거래해왔던 판매 회사를 바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 등이 판매하는 펀드 수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투자자들로선 펀드 가입이 한층 쉬워지고 선택폭도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되는 이달 25일부터 74개 펀드를 추가로 판매할 계획이다. 그동안 관계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팔던 이 회사는 삼성투신 · 한국운용 등 다른 운용사의 인기 펀드도 대거 유치키로 했다.

실제 이 회사가 신규 판매사로 등록한 펀드 중에는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1'과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 등 삼성과 한국운용이 만들어 운용하는 펀드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투자한국의힘' 등 145개 주식형펀드를 오는 22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되면 규모가 큰 펀드를 팔고 있어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이름이 알려진 펀드를 적극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가운데 판매하는 펀드가 가장 많은 동양종금증권도 이달 25일 59개 펀드를 추가로 팔기로 했다.

특히 이 회사가 새로 판매하는 펀드 중에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K-2'를 비롯해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 'PCA업종일등적립식증권투자신탁K-1' 등 과거 국민은행만 독점적으로 팔 수 있었던 펀드들까지 포함돼 있어 관심이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에서만 팔았던 펀드들은 대부분 판매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고 있어 이들 펀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판매사 등록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IBK투자증권은 1조원에 육박하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 펀드 등 37개 펀드를 최근 팔기 시작한 데 이어 21개 펀드도 조만간 추가할 계획이다. 삼성증권도 '미래에셋브릭스업종대표1' 등 45개 대형 펀드를 새로 판매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아예 "경쟁사에서 파는 펀드는 모두 추가로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현재 운용사들과 협상 중이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행보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로 촉발됐다. 펀드를 가입한 회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로 투자자들이 새 판매사에 둥지를 틀려면 해당 펀드를 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은 과거 주거래 증권사에서 팔지 않아 다른 증권사에 계좌를 트고 가입해야 했던 불편함 없이 한 증권사에 자신이 가입한 펀드를 모두 몰아 넣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펀드 연구위원은 "판매 수수료 자율화와 맞물리면 예상외로 판매사 이동제의 여파가 클 것"이라며 "수수료가 낮거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판매사로 펀드 계좌를 합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증권사보다 펀드를 많이 팔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고객을 잡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증권사처럼 적극적인 행보는 아니라는 평가다. 하나은행이 '미래에셋디스커버리2' 등 2개 펀드를 오는 25일부터 새롭게 팔기로 했으며 기업은행이 지난달 25일부터 '한화꿈에그린차이나A주트레커'를 팔기 시작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