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의료산업 선진화, 마케팅 '규제 전봇대' 부터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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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발의 의료법 개정안 33건중 병원경영 활성화 관련은 고작 3건
진료비 할인 광고·판촉물 등 모두 위법…간판까지 규제에 묶여
마케팅 막는건 시장경제에 안맞아 현실 반영한 의료법 체계 마련 시급
진료비 할인 광고·판촉물 등 모두 위법…간판까지 규제에 묶여
마케팅 막는건 시장경제에 안맞아 현실 반영한 의료법 체계 마련 시급
"치료비를 깎아줄 수 있나,알리고 싶은 것을 광고할 수 있나,그렇다고 간판 문구를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나. "
의료산업을 선진화한다는 현 정부의 비전은 거창하지만 의료계 종사자들은 늘상 이런 불만을 털어놓는다. 영리법인 허용과 같은 거대한 담론만 논할 게 아니라 의료마케팅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체감 규제를 줄여달라는 바람이다. 의료법과 관련 시행령,시행규칙으로 공고하게 묶인 규제 철조망은 병 · 의원과 고객(환자)과의 직접 소통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경쟁을 통해 의료비가 내려가고 병원 경영효율이 제고되는 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는 산업화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인식에 있어 입법부나 행정당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의원 발의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33건 중 병원 경영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법안은 고작 3건.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의 '비영리법인 및 지방의료원의 부대사업 허용',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의 전문병원 지정',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 전담기관 설치'및 '외국인 의료분쟁 중재기관 설정' 등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의료인의 업무범위와 지위,환자 권리보호 등에 관한 법안이다. 이는 의료법을 입안하는 시각이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지 의료산업 진흥에는 소홀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현행 의료법은 병원의 자유로운 마케팅 활동을 포괄적으로 막고 있다. 의료법 27조 3항의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 알선 ·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할인을 광고하거나,의료상품을 소개하는 우편물을 보내거나,판촉물을 돌리거나,이벤트를 벌이는 것이 모두 위법으로 유권해석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이런 조항이 지켜지기 어렵다. 겨울방학을 맞아 이른바 '성형 공구(공동구매)'가 성행하고 있다. 강남의 기업화된 일부 성형외과들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단체로 성형수술할 경우 비용을10~20% 할인해준다. 이미 성형을 받은 사람이 다른 고객을 소개할 경우에도 일정률 깎아준다. B성형외과의 경우 지난해 연말까지 예약하는 환자에 한해 보통 500만~600만원 하는 모발이식을 200만원에 해주는 이벤트를 벌였으나 의료법 때문에 더 이상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M치과 관계자는 "치료비 할인 프로그램을 다이렉트메일(DM)등을 통해 다수의 기업 또는 개인 고객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의료광고 규제는 너무 세세해서 병원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당사자로선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물론 허위 · 과장 정보가 의료소비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감독은 뒤따라야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해도해도 너무한 규정이 숱하다. 오는 31일부터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의 협진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의사협회의 광고심의기준에 따르면 의사 및 한의사 복수면허자는 일반에 익숙한'양한방 협진'이라는 말을 쓸 수 없고 '의학 한의학 동시진료'라는 문구만 이용할 수 있다. 외국 학술잡지에 발표한 의사의 논문을 홍보하려 할 때도 '논문을 발표했다'는 가능하나 구체적인 논문 내용이나 부연설명을 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부설 연구소나 연구센터에 대한 광고,의료기관 광고시 상위 재단을 동시에 광고하는 것도 불허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의료광고 규제가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각 병 · 의원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지하철 · 버스 광고,옥외 광고 등에는 무분별한 의료 정보가 난무한다. 이런 데 올린 허위 · 과장 정보는 의료법과 표시광고법에 의거해 처벌받을 수 있으나 워낙 광범위한 데다 문제가 생긴 인터넷 정보는 즉각적으로 내려져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도 일정 범위에서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의료 · 제약 관련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는 의료인이나 약사,업계 종사자 등은 물론 일반인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어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전문약 광고를 일간지나 잡지에 게재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건강박람회 등 일반인에게 최신 의학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중전시회에서까지 전문약의 효과와 브랜드를 알릴 기회조차 차단하는 것은 정부가 의도하는 의료산업화정책과 거리가 멀다. Y치과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한 새로운 치아미백 치료의 효과를 고객에게 알리려면 전문의약품(미백제)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가 필수적"이라며 "일반인이 전문약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무조건 막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의 간판도 규제에 묶여 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명칭은 의원,병원,한의원,한방병원,치과,치과병원 등만이 허용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은'센터'를,치과와 한방에서는'클리닉'을 쓸 수 없다. 외래어와 병원 규모에 걸맞지 않은 명칭을 간판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이지만 길거리에는 이를 무시한 병 · 의원 간판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왜 유독 의료계에만 이런 유명무실한 규제가 존재하는가다.
법무법인 세승의 의료전문 김선욱 변호사는 "개인병원과 의원 전부가 영리법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의 마케팅 활동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며 "의료산업을 육성해야 할 행정부는 병원 마케팅을 옥죄고,사법부는 오히려 마케팅에 관대한 판례를 종종 내리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4년 당시 정부는 북한의 의료 혜택 수준을 따라잡으려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의료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며 "'1974년 체제'를 극복하고 시장경제와 글로벌 경쟁에 걸맞은 의료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의료산업을 선진화한다는 현 정부의 비전은 거창하지만 의료계 종사자들은 늘상 이런 불만을 털어놓는다. 영리법인 허용과 같은 거대한 담론만 논할 게 아니라 의료마케팅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체감 규제를 줄여달라는 바람이다. 의료법과 관련 시행령,시행규칙으로 공고하게 묶인 규제 철조망은 병 · 의원과 고객(환자)과의 직접 소통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경쟁을 통해 의료비가 내려가고 병원 경영효율이 제고되는 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는 산업화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인식에 있어 입법부나 행정당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의원 발의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33건 중 병원 경영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법안은 고작 3건.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의 '비영리법인 및 지방의료원의 부대사업 허용',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의 전문병원 지정',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 전담기관 설치'및 '외국인 의료분쟁 중재기관 설정' 등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의료인의 업무범위와 지위,환자 권리보호 등에 관한 법안이다. 이는 의료법을 입안하는 시각이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지 의료산업 진흥에는 소홀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현행 의료법은 병원의 자유로운 마케팅 활동을 포괄적으로 막고 있다. 의료법 27조 3항의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 알선 ·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할인을 광고하거나,의료상품을 소개하는 우편물을 보내거나,판촉물을 돌리거나,이벤트를 벌이는 것이 모두 위법으로 유권해석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이런 조항이 지켜지기 어렵다. 겨울방학을 맞아 이른바 '성형 공구(공동구매)'가 성행하고 있다. 강남의 기업화된 일부 성형외과들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단체로 성형수술할 경우 비용을10~20% 할인해준다. 이미 성형을 받은 사람이 다른 고객을 소개할 경우에도 일정률 깎아준다. B성형외과의 경우 지난해 연말까지 예약하는 환자에 한해 보통 500만~600만원 하는 모발이식을 200만원에 해주는 이벤트를 벌였으나 의료법 때문에 더 이상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M치과 관계자는 "치료비 할인 프로그램을 다이렉트메일(DM)등을 통해 다수의 기업 또는 개인 고객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의료광고 규제는 너무 세세해서 병원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당사자로선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물론 허위 · 과장 정보가 의료소비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감독은 뒤따라야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해도해도 너무한 규정이 숱하다. 오는 31일부터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의 협진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의사협회의 광고심의기준에 따르면 의사 및 한의사 복수면허자는 일반에 익숙한'양한방 협진'이라는 말을 쓸 수 없고 '의학 한의학 동시진료'라는 문구만 이용할 수 있다. 외국 학술잡지에 발표한 의사의 논문을 홍보하려 할 때도 '논문을 발표했다'는 가능하나 구체적인 논문 내용이나 부연설명을 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부설 연구소나 연구센터에 대한 광고,의료기관 광고시 상위 재단을 동시에 광고하는 것도 불허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의료광고 규제가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각 병 · 의원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지하철 · 버스 광고,옥외 광고 등에는 무분별한 의료 정보가 난무한다. 이런 데 올린 허위 · 과장 정보는 의료법과 표시광고법에 의거해 처벌받을 수 있으나 워낙 광범위한 데다 문제가 생긴 인터넷 정보는 즉각적으로 내려져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도 일정 범위에서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의료 · 제약 관련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는 의료인이나 약사,업계 종사자 등은 물론 일반인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어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전문약 광고를 일간지나 잡지에 게재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건강박람회 등 일반인에게 최신 의학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중전시회에서까지 전문약의 효과와 브랜드를 알릴 기회조차 차단하는 것은 정부가 의도하는 의료산업화정책과 거리가 멀다. Y치과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한 새로운 치아미백 치료의 효과를 고객에게 알리려면 전문의약품(미백제)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가 필수적"이라며 "일반인이 전문약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무조건 막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의 간판도 규제에 묶여 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명칭은 의원,병원,한의원,한방병원,치과,치과병원 등만이 허용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은'센터'를,치과와 한방에서는'클리닉'을 쓸 수 없다. 외래어와 병원 규모에 걸맞지 않은 명칭을 간판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이지만 길거리에는 이를 무시한 병 · 의원 간판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왜 유독 의료계에만 이런 유명무실한 규제가 존재하는가다.
법무법인 세승의 의료전문 김선욱 변호사는 "개인병원과 의원 전부가 영리법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의 마케팅 활동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며 "의료산업을 육성해야 할 행정부는 병원 마케팅을 옥죄고,사법부는 오히려 마케팅에 관대한 판례를 종종 내리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4년 당시 정부는 북한의 의료 혜택 수준을 따라잡으려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의료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며 "'1974년 체제'를 극복하고 시장경제와 글로벌 경쟁에 걸맞은 의료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