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걷기를 싫어했다면 멸종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수렵과 채집을 위해 끊임없이 걸어야 했으니까요. 인류의 유전자 속에는 지금도 걷는 것이 즐거운 설계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

강원도 홍천군 서면 중방대리 일원 2만9939㎡에 들어선 심신휴양지인 '힐리언스 선마을'의 이시형 촌장(정신과 전문의)이 최근 걸으면 행복해지는 '세로토닌 오솔길'을 열어 화제다. 세로토닌은 뇌내 신경전달물질로 충동 · 주의산만 · 중독 등의 감정을 조절하고 학습기능 및 집중력을 높이며 행복감을 올려준다. 부족하면 우울증 자살 불안 공황 만성피로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세로토닌 외에도 걸으면 행복감을 주는 도파민과 베타엔돌핀이 나온다. 뿐만 아니다. 보행을 하다보면 주의집중력을 갖게 하는 노르아드레날린도 적절하게 분비되며,뇌내 신경 영양소인 BDNF가 해마를 활성화해 새로운 구상이나 착안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세로토닌 오솔길은 이 같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효과를 최대한 얻을 수 있도록 3개 구간으로 조성됐다. 첫째 구비는 15도 안팎의 완만한 오르막을 30분간 천천히 걸어 근력 및 심폐지구력을 강화시킨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마치고 깊은 계곡을 끼고 돌아 잣나무숲을 지나면 피톤치드로 인해 심신은 상쾌해지고 지방연소 효과도 극대화된다. 둘째 구비는 평탄한 직선길을 15분 정도 걷는데 5분째부터 세로토닌이 활성화된다. 머리가 맑아지고 사뿐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셋째 구비는 정리와 사색을 도와준다. 15분간의 내리막길에서 세로토닌으로 올라간 기분을 가다듬고 사색하면서 내려온다. 이 촌장은 "운동전문가와 함께 걷는 거리와 시간,에너지 소비량,경사도,주변환경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 만든 워킹코스로서 심신을 함께 단련하는 고차원적인 오솔길"이라고 소개했다.

걷기는 특별한 장비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유산소운동이다. 다이어트나 혈당관리,안티에이징을 위한 운동으로 걷기 만한 게 없다. 이 촌장은 "많은 도시인들이 자동차와 엘리베이터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좀처럼 걷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세로토닌 분비가 억제돼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다리뼈와 대근육이 쇠약해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세로토닌 오솔길은 선마을의 당일 체험 또는 숙박 체험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다. 매월 진행되는 이벤트 프로그램이나 이시형 촌장의 하이라이프에 참가할 경우 이 촌장 또는 운동처방사와 함께 산책할 수 있어 더 유익하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