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사업다각화와 진출 및 퇴출이 자유롭지 않은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무엇보다 병의원들은 수익성 있는 부대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없다. 병원은 본연의 임무인 환자 진료에 매진하라는 게 법률의 취지이지만 낮은 의료수가와 병원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한 경영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제한규정은 가슴에 무쇠뚜껑을 올려놓은 것처럼 의사CEO들을 답답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의료법이 정해놓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은 의사 교육,의학 출판,장례식장,주차장,의료정보 시스템 구축,음식점,제과점,편의점,산후조리업,이용실,미장원,은행,숙박시설(환자 및 보호자용),서점,PC방 등으로 국한돼 있다. 2007년 의료법 개정 추진 당시 논의됐던 건강기능식품사업,의료기기 임대 · 판매업(병원 직접 영업의 경우),공중욕탕업,세탁업 등은 현재 국회의 부대사업 허용 논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입법예고에서 병원급은 장례식장(신규 건설의 경우)의 바닥면적이 1000㎡,종합병원은 3000㎡를 넘지 못하고 바닥면적은 연면적의 5분의 1 이하가 되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장례식장 운영 수익으로 병원 경영수지를 개선하려던 병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대학병원 사회복지법인병원 등의 경우 부대사업의 범위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고 고유목적 사업(의료업)의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부대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반면 600개가 넘는 의료법인에 대해서는 부대사업을 엄격히 제한해 규제가 지나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는 일일이 한정해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의료의 공익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모두 허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경영컨설팅 회사인 엘리오앤컴퍼니 곽태우 상무는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가 제한됨으로써 의료산업과 차세대 유망 서비스산업인 보험 · 통신 · 신용카드 · 호텔업 등과 제휴 · 융합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창출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법인의 인수 · 합병 절차도 법 개정을 통해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병원 사회복지법인병원 등은 합병 규정이 마련돼 있으나 의료법인은 관련 규정이 없어 경영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의료기관이 파산 직전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의료법인은 청산시 재산이 국고 또는 동일목적 법인에 귀속되고 인수 · 합병 절차가 없어 도산한 의료법인의 대표자는 범법자가 되거나 도산 직전 편법적인 수단으로 법인 재산을 빼돌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