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악의 지진참사를 겪고 있는 아이티에 사상 최대의 구호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아이티 재난구호 활동을 지원하고 전국적인 모금활동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두 전직 대통령은 이에 따라 이날 구호기금 모금을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미국이 하나가 됐다”면서 “미국은 역사상 최대의 구호지원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1975년 아이티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후 아이티 사랑에 빠진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구호물품을 실은 군수송기 편으로 현지를 방문했습니다.그는 아이티 수도인 포르토프랭스 공항에서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만나 “아이티가 더 강하고 더 좋은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군은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군사적전을 방불케 하는 지원을 벌이고 있습니다.마이크 멀린 미군 합참의장은 최대 1만명의 미군을 18일까지 아이티의 지진 피해지역이나 해안에 배치해 구호품을 배분하고 약탈행위를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이미 급파된 항모 칼빈슨호에 이어 이지즈 구축함인 히긴스호도 보내기로 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당초 지난 12일까지 시한인 미국내 아이티인 불법체류자 10만여명에 대해 앞으로 18개월 동안 추가 체류할 수 있는 특수자격을 부여키로 했습니다.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국에 체류 중인 아이티인들이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 되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이런 총력 지원은 아이티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뜻하기도 합니다.실제로 클린턴 장관은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아이티의 장래 문제를 논의했습니다.클린턴 장관은 앞서 아이티 의회가 통금령과 같은 일부 권한을 미국 정부에 위임하는 조치를 취하면 아이티 정부에 대한 지원이 더욱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아이티는 지난 15일 아이티 정부가 관제능력을 되찾을 때까지 주요 공항에 대한 관제권을 미국에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14년부터 1934년까지 미국의 식민지였던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의 강진 피해가 늘어나 행정력이 도전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바다 건너 유일한 슈퍼파워인 미국의 확장된 행정적 역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WSJ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아이티가 새로운 도전이라고 분석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중동평화,핵 비확산과 같은 외교정책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더딘 경제 회복 등 국내 문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아이티가 한국처럼 되도록 꿈꿀 수 있게 충분한 인프라 지원을 검토했으나 완성되지는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