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상장사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소 회사 성장과 무관하게 소위 '돌려막기'식 유상증자를 남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명동 등 사채시장에서도 필요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주 명동에서는 상장 기업 A사의 3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문의가 있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A사는 명동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18일 기업신용정보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http://www.interbill.co.kr)은 "A사의 주식담보대출 문의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며 "다만 언제 문의가 올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A사의 경우 주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어음도 시장에 유통될 경우 할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스닥기업도 아닌 상장기업의 주식담보대출이 거절당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나름대로 이유는 명료했다.

중앙인터빌 이진희 과장은 "A사는 각종 방법의 유상증자를 반복하는 회사"라며 "영업 실적이 좋은 상태에서 시설투자 목적 또는 신규사업투자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A사는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돌려막기 식'의 유상증자를 반복하기 때문에 명동에서는 관찰 대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이뿐만 아니라 A사의 자산총계보다 훨씬 큰 외감 B업체를 합병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했다"며 "B사가 A사를 합병했다면 이해 가겠지만, A사가 B사를 합병한다는 것은 넌센스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불거진 금호산업 사태를 보면 알수 있듯이, 무리한 M&A(인수합병) 목적의 자금 조달은 결국 탈이 날 것이라는 교훈을 되짚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과장은 "일반적으로 명동에 어떤 회사에서 융통어음 또는 주식담보대출 문의가 있으면, 그 회사는 약 10배수 정도의 자금을 필요로 할 것이라 예측들을 한다"며 "A사의 주식담보대출 문의 금액 30억원에 10을 곱하면 300억원 정도로, 이 금액은 B사의 합병 금액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B사를 합병함으로써 어떤 시너지 효과가 발생될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A사의 어음할인 및 주식담보 대출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상장 및 코스닥 등록 기업들이 명동업자들의 관찰 대상업체로 지정되어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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