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1주년] AP "개혁 키워드 'can·change·hope'가 '실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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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1월20일)을 사흘 앞둔 17일 오후 3시35분.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인 데도 워싱턴 백악관을 비웠다. 그 시간 그는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시 노스이스턴대학에 마련된 상원 보궐선거 유세장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여당인 민주당 후보의 한표를 호소하고 있었다. 취임 직후 70% 가까운 지지율을 자랑하던 오바마가 1년 만에 맞닥뜨린 현실은 50% 초반으로 급락한 지지율과 민주당의 선거 고전이다. '슈퍼맨 오바마'가 '클라크 오바마'(슈퍼맨 변신 이전의 평범한 인물)라는 현실로 되돌아온 셈이다.
◆낮은 지지율로 본 현주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연말 자신의 취임 1년 성적을 'B+'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민들이 매긴 평가는 훨씬 냉혹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민들 가운데 62%가 '미국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국정 지지율은 지난해 2월 68%에서 53%로 추락했다. 백인층이 18%포인트,공화당과 민주당에 속하지 않는 무당파층이 18%포인트의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18~29세 젊은층 지지율은 76%에서 62%로 떨어졌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성과를 이뤘다'고 답한 비율은 47%로 그렇지 못했다는 응답인 52%보다 낮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왔나'라는 질문에는 50%만이 그렇다고 했다. 지난해 1월의 76%와는 대조적이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당시 내세웠던 'can(할 수 있다)' 'change(변화)' 'hope(희망)'의 3가지 단어가 'disappointment(실망)'라는 한 단어로 정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취임 1년에 낙제점을 준 셈이다.
◆의회의 장벽 · 개혁 피로감
실제로 연방의회에서는 초당정치를 통한 그의 정치개혁이 힘을 받지 못했다.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 법안과 의료보험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화당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그가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하거나 휴일을 마다하지 않고 의회의 공화당 지도부를 찾아가 호소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공화당은 앞으로 의보개혁 최종 법안과 금융감독개혁,기후변화 대응법안 등의 처리과정에서도 반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은 갈등과 대립,분열의 다른 이름이었다. 의보개혁은 전 국민을 진보와 보수진영으로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그는 지난 8일 피플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취임 1년간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데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제2의 대공황은 막았지만…
오바마 정부는 과감한 재정지출과 통화확대로 제2의 대공황을 막았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6.4%에서 3분기 2.2%로 크게 호전됐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취임일 7949.09에서 지난 15일 10,609.65로 33.4% 반등했다.
문제는 경기부양책이 소진되고 약발이 떨어질 때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회복됐다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0%인 실업률과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도 상당한 짐이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1조420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큰 정부 논란과 저항까지 겹쳤다.
◆노조의 감옥에 갇힌 신세
워싱턴 로펌의 한 미국인 변호사는 마주칠 때마다 "오바마 정부는 노조의 감옥에 갇힌 신세"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 행정부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눈치를 보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법은 철강노조 등의 요구에 미국산 제품만 구매토록 하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끝내 반영해 보호무역주의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 회복이 늦어질수록 오바마 정부의 보호주의 색채가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력보다 대화와 타협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외교'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막진 못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