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 해외로 간다] (5) 亞 네트워크 넓혀 '작지만 강한' IB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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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끝> 갈 길은 멀다
국내 IPO 등에선 도약 '자신감'…M&A 등 '딜 소싱' 개발능력은 뒤져
은행계 증권사 '한국형CIB' 모델 필요
국내 IPO 등에선 도약 '자신감'…M&A 등 '딜 소싱' 개발능력은 뒤져
은행계 증권사 '한국형CIB' 모델 필요
한국 IB(투자은행)들이 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속속 나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글로벌업체들이 주춤해진 사이 기업공개(IPO) 증자 회사채 발행 등 전통적인 사업영역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 기반을 구축했다지만,창의적인 거래발굴 능력이 필요한 인수 · 합병(M&A) 자기자본투자(PI) 등에서는 크게 뒤진다. 수수료가 낮은 단순 IB사업에 치중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우선 가까운 아시아시장부터 네트워크를 확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또 IB 모델은 기업금융조달을 지원한다는 본원적인 기능에 충실하면서 아시아를 시작으로 대량 지분 매각과 M&A 등 덩치가 큰 사업에도 도전하는 '작지만 강한' IB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시아시장에선 이름도 못 올려
18일 글로벌 증권정보제공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IB시장의 리그테이블(증권사별 실적 순위)에서 한국은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정도만 20위권 안팎에 이름을 올렸다.
IPO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등의 주식부문에서 대우증권이 17위,우리투자증권이 23위를 기록했고 회사채 등의 채권부문에선 우리투자증권이 유일하게 19위에 올랐다. 특히 네트워크와 거래발굴 능력이 관건인 M&A 분야에선 한 곳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골드만삭스가 금융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아시아시장에서 1055억달러(77건) 규모의 M&A를 주선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과는 천양지차다.
◆국내 M&A시장에선 약진
다만 고무적인 것은 한국 증권사들이 안방인 국내 M&A시장에서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외국계 IB들이 독차지했던 대형 M&A 딜의 주관사를 속속 따내고 있다.
대우증권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사업에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함께 공동주관사로 선정된 것을 비롯 우리투자증권은 하이닉스 ·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주관과 대우인터내셔널 관련 포스코 측 인수 자문을 맡고 있다. 지난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 M&A시장 리그테이블에서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7위와 8위에 올랐다. 1년 전 10위권에 한 곳도 없던 것에 비하면 큰 진전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업체들의 유력 인재들을 대거 유치한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M&A 자문 수익이 지난해보다 3~4배 증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외환은행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빅딜이 수두룩해 M&A시장이 30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안방시장에서 외국계와 한번 실력을 겨뤄 보겠다는 자세다.
◆한국형 CIB 모델 찾아야
전문가들은 아시아시장에서 글로벌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우선 네트워크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기반이 약해서는 국경을 넘는 '크로스 보더' M&A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요 증권사들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고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 현지법인을 세우는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또 창의적인 거래발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최범진 대우증권 상무는 "국내 증권사들은 M&A 부문만 해도 여전히 단순한 자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기업들에 획기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창의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유망인력을 속속 영입하고 있지만 인센티브 구조나 조직문화가 유연하지 못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은행과 증권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는 대출기능의 상업은행(CB)과 투자성격의 IB를 결합, 기업금융조달을 지원하는 한국형 CIB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해서는 아시아 IB시장에서 외국계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IB가 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틈새시장을 노려 작지만 강한 전문 IB를 지향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IB사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선진국들이 IB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들의 규제 완화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아직도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 만큼 휩쓸리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업무영역 간 충돌로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현실에서는 IB 영업이 IPO, 지분 매각,M&A 등 여러 영역에서 한꺼번에 딜이 이뤄지지만 우리 자본시장법에서는 '업무 간 장벽'(파이어 월)을 이유로 이를 막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