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어제 고건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갖고 계층 · 이념 · 지역 · 세대 분과의 10대 핵심 과제를 확정했다. 2008년 촛불시위,지난해 이후의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우리사회의 크고작은 갈등사안을 돌아보면 사회통합위에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가 않다. 대소 갈등 현안을 원내로 적극 수렴해 해법을 찾아야 할 국회부터 분열에 앞장서는 마당이니 전 정권과 현 여권,보수와 진보 인사가 두루 참여하는 이 위원회가 실현가능한 국민화합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통합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잘못되면 논의만 무성한 채 뜬구름잡기로 전락하기 쉬운 것도 이런 일이다. 우리사회에서 갈등의 전선이 워낙 다양한데다 저마다 강조하고 싶은 우선 과제도 제각각이니 하나의 주제에서라도 합의도출은 그만큼 어렵다. 어제 선정된 10개 과제도 잘못 접근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은 과제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한 사회적 책임강화 같은 과제도 지도층의 역할을 강조한 점에서 공감이 가지만 실행 각론에서는 의견이 분분해질 수 있다. '사회갈등예방을 위한 도시재정비 사업제도개선'이나 '근로빈곤층 대책'은 서울시와 국토부,노동 · 복지 · 재정부 등 주무부처가 분명히 있는 현안이다. 앞으로 위원회의 시행안도 관심거리지만 해당부처들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과 같은 주제도 있는데,정치적 타산에 빠져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실효성(實效性) 있는 방안을 내고 추진력까지 확보해갈지는 미지수다. 자문성격의 위원회가 단순히 아이디어 제시를 넘어 결실을 내기에는 그만큼 어려운 사안들이라는 얘기다.

최근의 갈등현안을 손꼽아보면 막 출범한 위원회로서는 손대고 싶은 사안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과욕보다는 가시적 성과를 염두에 두면서 좀더 선택과 집중을 하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되면 단기 과제와 중장기 숙제도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다. 각계각층의 의견은 많이 듣되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취약점 극복방안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그 점에서 위원회가 제시할 실행안에 청와대는 충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