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부처생애…조계종, 책으로 펴내
불교계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이 통일된 부처의 일대기를 사상 처음으로 내놓았다. 조계종 교육원이 초기불교 등을 전공한 학자 7명으로 별도의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2년간의 작업 끝에 출간한 《부처님의 생애》(조계종출판사 펴냄)이다.

석가모니의 생애를 다룬 책은 독일의 불교학자 헤르만 올덴베르크가 쓴 《붓다》 등 500여 종이나 된다. 국내에도 한문본 경전 번역서나 국내외 학자들이 쓴 붓다의 전기가 여러 종 나와 있다. 하지만 이들 책은 개인 저작물이라 보편적 · 표준적 견해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일반인이 읽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지적돼왔다.

조계종이 이번에 펴낸 이른바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붓다의 탄생과 성장부터 출가와 깨달음,전법,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10장으로 나눠 연대기식으로 구성했다.

평이한 문체와 이야기 형식으로 기술한 데다 '불본행집경''불소행찬' 등 한문 경전은 물론 팔리어 · 산스크리트어 경전 등 다양한 원전과 최근에 나온 단행본까지 폭넓게 참조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산스크리트어 · 팔리어 발음과 한문표기를 병기하고 인명 · 지명 대조표를 비롯해 붓다의 가계도,붓다 당시 인도 16국과 설법 장소 및 강가강 유역,안거 장소 등에 관한 지도와 정보를 부록으로 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원시불교 · 화엄사상 · 종교학 · 불교사상 · 불타론 · 불교미술 등을 전공한 정인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을 위원장으로 해주 스님 · 김용표 · 박경준 · 유근자 교수(동국대),조준호 고려대 교수,성재헌 동국대 역경위원 등 7명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다. 여러 학자의 공동작업인 만큼 특정인의 주장은 배제한 채 학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내용을 주로 담았다.

또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붓다의 삶을 신비적 · 초월적인 신앙의 대상으로 기술하는 대신 역사적 인물로서 붓다의 삶과 깨달음,전법 등을 위주로 기술했다. 여성이 출가하면 불법이 쇠퇴한다거나 전생에 복을 짓지 않으면 다음 생에 불구자로 태어난다는 등 붓다 당시에는 통용됐으나 현대적 통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은 삭제하거나 표현을 완화했다.

조계종 불학연구소 서재영 연구원은 "최근 팔리어로 된 초기불교 경전들이 잇따라 번역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급 불교 교육기관에서 부처님의 생애가 필수과목이 되고 있다"며 '종단본' 편찬 배경을 설명했다.

조계종이 지난해 1월 발간한 종단 표준본 《금강경》은 출간 1년 만에 10만부 이상 팔려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472쪽,2만4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