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전셋값 급등이 부동산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겁니다. "

새해 벽두부터 전세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서울지역 전세시장이 2006년 집값 급등기와 같은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주택공급이 달리는 가운데 △명문학군 수요 △재개발 · 재건축에 따른 철거 이주수요 △대량 입주단지의 '용수철 효과' 등 세 가지 요인이 겹치기 때문이다. 전셋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선 교육제도를 손질하고 재개발 철거 시점을 조정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몰리는 교육수요

최근 강남권과 목동의 전셋값 상승에서 보듯이 전세가를 밀어올리는 첫 번째 요인은 교육문제다. 강남구 대치동,양천구 목동,노원구 중계동의 3대 학군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 불안을 불렀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는 "자녀들의 새학기 등교 이전에 이사를 마치려는 수요가 비행기 예약 대기명단처럼 넘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목동에서는 목운초등학교와 목운중학교가 문을 열면서 이 학교 배정 여부에 따라 전세가가 차별화됐다. 인근 신규 주상복합단지 입주민의 자녀들이 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중학교 학군이 강하다는 목동에서도 각광받는 학군을 형성했다. 절반만 목운초 · 중학교에 배정받는 목동7단지는 배정 여부에 따라 같은 크기 주택 전셋값도 2000만~3000만원까지 차이를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에선 아들을 둔 학부모들이 '여풍(女風)'이 강한 대청중학교보다 휘문중학교를 선호하면서 휘문중학교에 배정받는 미도2단지가 대청중학교로 가는 미도1단지보다 전셋값이 500만~1000만원 비쌀 정도다.

학원 위치에도 영향을 받아 노원구 중계동의 경우 학원가가 밀집된 은행사거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지에 따라 전세가가 5000만원까지 차이 난다.

◆서민형 전세난

지방자치단체가 말로는 순차개발을 외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 재건축사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학군 수요에 따른 전세난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중산층 전세난'이라면,다세대 · 연립주택 철거로 집을 근처에서 구하지 못하고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밀려나는 것은 '서민 전세난'이라는 점에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올해 서울에서는 5만8600채가 철거될 예정인 데 반해 입주 주택은 5만9200채로 600채 정도의 주택만 늘어날 전망(서울시 자료)이다. 이는 매년 6만~7만세대에 달하는 세대 증가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연립주택 등이 헐리고 재개발을 통해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지으면 입주 세대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건 구조적으로 문제다. 서울 최대 재개발지구인 장위뉴타운의 경우 현재 2만8890세대인 거주 세대가 재개발 완료 후 2만2846세대로,6000세대나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추정치에 따르더라도 재개발 지역에서 내년에는 3만6000채,내후년에는 1만5000채 정도의 주택이 순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의 '용수철 효과'

2007년과 2008년 2년 사이 소도시 규모와 맞먹는 2만5000여채나 집들이를 하는 바람에 주변 전세가까지 눌렀던 잠실주공 1~4단지(엘스,리센츠)와 잠실시영 재건축 아파트의 전셋값이 2년 후 2배 가까이 튀어오르면서 '용수철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세가가 한 채당 1억원 이상 오르며 송파구 전셋값 상승률이 20%(국민은행 조사)로 서울 최고를 기록했다. 엘스와 리센츠단지의 전용면적 85㎡는 2008년만 하더라도 1억9000만~2억3000만원에 전세를 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집주인들이 4억원 이상의 전세가를 요구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