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해본 운전자라면 서로의 잘못을 가리느라 도로 한복판에서 얼굴을 붉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목격자가 있다면 일이 비교적 쉽게 풀리겠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거나 야간에 사고가 났을 경우엔 쉽지 않다. 하지만 차량 주행정보와 내부 상황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블랙박스'가 있다면 이런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블랙박스란 비행기나 자동차 등 각종 운송장치의 운행 내용을 기록해 사고 발생 때 원인을 규명하는데 사용하는 장치를 말한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블랙박스의 핵심인 사고기록계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신기술 인증도 보유했다. 최근엔 현대 · 기아자동차 사내벤처인 HK-ecar사와 공동으로 각종 첨단 기능이 내장된 차량용 블랙박스 'HDR-1300'을 개발했다.

이 차량용 블랙박스는 상시 녹화 및 음성녹음 기능을 갖고 있다. 주차 때 차량테러에 대처할 수 있고,사고 전후 30초간 촬영내용이 자동 저장되며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자체 배터리로 20분간 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130만화소 CMOS카메라로 초당 30프레임의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주행영상 및 실시간 브레이크 작동 현황,속도 등 운행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운행기록계 기능을 탑재해 사고 때 더욱 정확하게 사고를 분석할 수도 있다.

차량 사고로 자동차의 운전이 정지된 상태에서는 각종 기록을 분석하는 게 불가능했던 기존 제품의 단점도 보완했다. 충돌 뒤 관성력에 밀려 차량이 움직인 후 최종 정지한 상태까지의 정보를 담을 수 있게 했다. 사고 당시의 상황을 더욱 정확히 기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블랙박스 데이터를 이용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판별이 명확해진다. 사고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인 규명이 안돼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급발진사고 등 미확인사고까지도 규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비게이션처럼 점차 자동차에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자동 사고통보가 가능한 '이콜(e-call)' 탑재 블랙박스 장착하는 것을 의무화해 모든 운전자들은 올해까지 이 기능을 가진 블랙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승용차 및 경차 등에 내년까지 블랙박스를 탑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블랙박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택시,버스,화물차 등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제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 국내 시장에서도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블랙박스는 지난해 말부터 1차적으로 서울법인 택시에 공급되고 있으며,앞으로 일반 운전자용으로도 출시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