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0 북미국제 오토쇼'의 화두는 전기차다. 내로라하는 글로벌업체들도 컨셉트카일지언정 전기차 한 대 정도는 전시해 놓았을 정도다. 전기차를 내놓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 자동차 회사라는 시선을 의식한 탓이다. 관심은 전기차가 과연 상용화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상용화 된다면 시점이 언제일지도 논란거리가 됐다.

◆기기묘묘한 전기차 총 출동

현재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전기차가 한자리에 모였다. '전기차 공동전시구역'에는 한국의 CT&T를 비롯해 중국의 BYD 등 상용화됐다고 주장하는 전기차가 총 출동했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업체들도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고 '이미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전문업체 중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CT&T.가장 많은 24대의 전기차를 내놓았다. 도시형 전기차 'e-존'을 비롯해 주차단속용 순찰차,전기차 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를 선보였다. 미국 등에서 상용화된 e-존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70~120㎞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기 충전료는 한 달에 7달러.저속으로 시내에서 얼마든지 주행할 수 있다. CT&T는 최고 시속 150㎞를 낼 수 있는 전기스포츠카 'C²'(씨스퀘어)와 e-존의 후속모델로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는 'e-존 플러스' 등 2대의 컨셉트카도 전시했다.

중국의 전기차 전문업체 BYD는 작년 중국에서 출시한 'e6'을 소개했다. 한 번 충전으로 330㎞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해 눈길을 모았다. BYD는 e6을 4만달러 안팎에 올해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전기차 업계의 강자인 '테슬라'는 실제 주행 중인 '로드스터'라는 전기스포츠카를 전시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디트로이트 전시장까지 장장 5760㎞를 밤낮으로 달려와 직접 성능을 증명했다는 게 테슬라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한 번 충전으로 480㎞까지 갈 수 있다는 7인승 전기차 '모델 S'도 내놓았다.

'커뮤터카스'라는 회사는 앞뒤로 한 사람씩 앉을 수 있는 '탱고'란 전기차를 내놨다. 오토바이처럼 좁아 교통 체증에 관계없이 시내를 주행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그린비클스'란 회사는 바퀴가 3개인 전기차 '트라이악'을,'프로그레시브'라는 곳은 'X프라이즈'를 내놓으며 전기차 바람몰이에 가세했다.

◆글로벌 업체들의 전기차

전기차 전문업체들이 선보인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이 작아 장시간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단점이다. 글로벌 메이커들은 이에 맞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닛산은 북미시장 상륙을 앞두고 있는 '리프'를 전시했다. 220볼트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8시간 충전하면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44㎞.별도의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는 게 단점이지만 앞으로 쇼핑몰 등에 간단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쓰비시는 작년 출시한 '아이미브'를 전시해 전기차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한 번 충전에 128㎞까지 달릴 수 있다. 최고 134㎞까지 낼 수 있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110볼트의 경우 12시간,220볼트의 경우 6시간이다.

GM은 올해 말 양산 예정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인 '시보레 볼트'를 앞세웠다. 한 번 충전하면 64㎞를 갈 수 있다. 배터리가 모두 사용되면 휘발유로 발전기를 구동해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게 된다. 따라서 별도의 충전소가 없더라도 장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도요타는 'FT-EVⅡ',BMW는 '액티브 E',아우디는 '이트론'이라는 컨셉트카를 각각 전시했다. 이들은 소형 전기차의 단점인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으며,내연기관없이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전기차 상용화 논란도 거세

전문업체들이 내세운 소형 전기차는 당장 이용할 수 있다. 단점은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8시간을 충전해야 최장 100㎞밖에 가지 못하는 만큼 출퇴근 정도에나 적합하다. 속도도 느리다. 그런만큼 진정한 의미의 전기차로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과연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주행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현재 기술로는 장시간 주행을 위해선 배터리 크기를 키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무거워져 속도를 내는데 힘들다.

비싼 값도 문제가 됐다. 전기차 전문업체의 전기차 가격은 대당 1만5000달러 안팎에 달한다. 이 정도 돈을 주면 아반떼 등 준중형차를 살 수 있다. 연료비가 절약된다고 해도 장기간 주행에 한계를 가진 전기차를 선뜻 살지는 의문이다. BYD의 e6와 닛산 리프 등도 4만달러 안팎에 책정될 전망이다. 시보레 볼트의 가격은 보조금을 감안해도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연비가 좋은 휘발유차보다 두 배가량 비싼 셈이다.

그러다보니 이토 다카노부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상용화는 먼 미래 얘기고 당분간은 하이브리드카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밥 루츠 GM 부회장도 "완벽한 전기차가 상용화되려면 20~25년 걸릴 것"이라며 "보조수단으로 휘발유를 사용하는 GM 시보레 볼트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