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지선씨(23)는 지난 18일 옷장 속에 묵혀 두던 엄마의 모피 롱코트를 들고 백화점 모피 리폼(수선) 매장을 찾았다. 김씨는 "요즘 유행하는 모피 베스트(조끼)가 입고 싶지만 학생 신분에 가격이 부담스러워 한참 고민했다"며 "엄마가 고쳐 입으라고 롱코트를 주셔서 베스트와 머플러 2개를 한꺼번에 얻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맹추위와 폭설로 모피업체들이 4년래 최대 특수를 맞은 가운데 모피 리폼업체들까지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모피가 중년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모피 수선 매장마다 장롱 깊숙이 넣어 뒀던 '구닥다리 모피'를 꺼내 최신 유행 디자인으로 리폼해 입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11월부터 모피 매장에 리폼 전문업체를 입점시킨 결과,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60% 늘었다. 리폼 매장은 백화점들이 대개 모피 성수기인 겨울 시즌에만 스폿(임시) 매장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지난 3일 부천 중동점에 리폼 전문업체인 '박성룡 모피'를 정식 매장으로 연 뒤 보름간 100여건의 주문이 쏟아졌다.

모피 리폼 비용은 디자인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전체 리폼은 50만~80만원,부분 리폼은 10만~25만원 선이다. 신상품을 사는 것보다 비용을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정대권 현대백화점 모피 바이어는 "세계적으로 모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원피(原皮)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고객들이 보유 중인 모피를 재활용하려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