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추락한 일본을 따라갈 것인지,아니면 더 큰 성장을 할 것인지는 기업가 정신에 달려 있다. "

경영학의 구루로 불리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19일 IGM(세계경영연구원)이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1970년대 이후 일본이 미국 제조업 기반을 파괴하자 미국은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소규모 벤처회사들을 키웠고,이를 기반으로 결국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제조업 붕괴 이후 미국을 세계 IT산업의 맹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기업가 정신이 사라져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추락의 원인을 기업가 정신 실종에서 찾았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또 대만의 사례를 들어 한국 경제계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대만 사람들은 명함을 두 개 갖고 다닌다. 하나는 지금 일하는 회사,다른 하나는 앞으로 창업할 회사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대만은 크게 걱정되지 않지만 한국은 일본과 비슷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이 꽃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회사중 상당수가 인도 중국 한국 러시아인이 창업한 회사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세계의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다른 나라에서 온 인재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더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배타적인 일본보다는 (한국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 총수들이 만들었던 파괴적 혁신모델을 본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한국기업들은 처음에는 저가(low-end) 시장에서 시작해 성공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기업들도 저가 시장부터 공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 전문가로 '성공기업의 딜레마''미래기업의 조건' 등 경영학 분야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김용준 기자/이동수 인턴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