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2004년 ‘오렌지 혁명’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55)이 정국 혼란과 경제난의 주범이란 오명을 쓴 채 재선 도전에 참담히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잠정 개표결과 유셴코 대통령의 득표율은 5.5%로 18명의 후보중 5위에 그쳤다.1위는 우크라이나 최대 야당인 지역당을 이끄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차지했지만 득표율 35.4%로 과반 득표에 실패해 다음달 7일 2위인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와 결선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2004년 야당 후보로 나선 유셴코 대통령은 당시 총리였던 야누코비치와 대결해 2차 투표에서 패했지만,선거 부정시비로 촉발된 오렌지 혁명으로 이듬해 1월 재선거에서 7.7%의 득표율 차로 야누코비치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하지만 집권 5년간 티모셴코 총리와 야누코비치 전 총리 등 주요 정치세력과의 권력다툼으로 정국은 혼란에 빠졌고,정부의 부정부패도 더 심해졌다.설상가상으로 2008년9월 금융위기 충격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것도 치명타로 작용했다.

외교 부문의 지도력도 낙제 수준으로 평가됐다.유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정체성 회복과 친서방 노선 유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이웃 대국 러시아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켰다.특히 러시아 가즈프롬과의 가스요금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세 차례의 가스공급 중단사태를 촉발시키며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