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화 충남도 기업유치팀장(54)이 지난 4년간 돌아다닌 거리는 지구 4바퀴 반 길이(18만㎞)이다. 그의 승용차 미터기가 이를 말해준다.

충남지역에 기업 3000개,투자 42조1700억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국을 안방처럼 누빈 결과다. 덕분에 민선 4기 출범 이후 국내 지자체 중 기업유치 전국 1위에 랭크됐다.

2006년 기업유치팀에 합류한 박 팀장은 지난해 충남으로 이전을 결정한 모그룹을 유치할 때도 골프를 치러 가는 최고경영자(CEO)를 새벽부터 따라 나섰다.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6시간 넘게 골프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250여회의 방문과 전화 접촉에도 꿈쩍도 않으며 연고지로의 이전을 고집하던 그 CEO는 결국 박 팀장의 열정 앞에 손을 들었다. 이때 유치한 금액이 1조6000억원이다.

그의 주 활동무대는 기업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 공단이다. 일주일에 3~4일은 시화 · 반월,인천 남동,구로디지털단지 등에서 진을 친다. "기업유치는 무엇보다 정보 수집에서 출발한다"고 말한 박 팀장은 "수도권 5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이전계획을 모조리 조사해 시 · 군 합동 TF팀을 구성,정보 공유 및 협력 네트워크를 상시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도해 실시한 대규모 현장 설명회는 40여회가 넘는다. 또 2만개의 브로슈어를 기업과 금융회사,언론사는 물론 부동산중개업소에까지 돌렸다. 수도권에서 CEO 모임이나 경제부처공무원 모임,업종별 협회 모임,향우회 등이 열릴 때면 어김없이 얼굴을 내민다. 가장 많은 기업 이전 정보를 들을 수 있는 데다 즉석 투자설명회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더기로 기업을 끌어오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업종별 모임 등에 나가 협동화단지나 전문화단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뒤 같은 업종끼리 묶어 20~30개씩 유치하거나,대기업이나 업종 대표기업을 유치하면 물류비 절감 등을 위해 협력기업들은 따라 내려올 수밖에 없다"고 귀띔한다. 14개의 계열사가 한꺼번에 충남행을 결정한 일진그룹,5개의 협력사가 함께 온 한국후꼬꾸,인천주물공단 등이 이 케이스다. 박 팀장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불조심 구호도 기업유치에 적용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한때 이전을 포기했다가 투자 환경이 바뀌어 다시 옮기려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는 철저한 AS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입지 선정에서 공장 설립은 물론 기업 애로까지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각종 인허가 및 환경 문화재 분야에 이르기까지 진행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고 관련 기관에 신속한 처리를 부탁하는 등 고객(기업)을 만족시키면 입소문을 타고 기업유치가 좀 더 수월하게 이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팀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와 수도권 규제 완화,국비보조금 지원제도 변경 등으로 올해는 기업유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다른 시 · 도와 차별화되고 공격적인 기업유치 전략을 마련,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