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09년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이날 발표에서 '우수법관' 15명에 포함된 A판사를 집무실로 찾아가 만났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A판사는 "기분좋은 일이긴 하지만 다른 판사들이 얼마나 수긍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평가방법을 문제 삼았다.

그는 "동일한 변호사들이 각각의 판사들을 평가한 게 아니라 어떤 변호사는 김 모 판사를,어떤 변호사는 이 모 판사를 평가하는 식이어서 기준이 제각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평가는 변호사가 본인이 맡은 사건의 재판에 참여한 판사에 한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A판사는 "동일한 심사위원들이 판사들을 일률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수법관에 포함되지 않은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변호사야말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서비스업 직종"이라며 "로마켓 사례에서처럼 본인들은 평가를 받지 않으려 하면서 법관들만 점수를 매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서울변회를 공격했다. 인터넷 법률정보서비스 업체인 로마켓은 변호사들의 수임건수와 개인별 승소율 자료를 2005년 자사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은 '영업비밀 침해'라며 소송을 냈고,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해당 서비스는 중단됐다. 야구로 치면 타자의 타율과 투수의 방어율을 공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로마켓에 자극받은 서울변회가 홈페이지에서 대신 제공하고 있는 '변호사찾기' 서비스에는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변호사들의 실력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훌륭한 법관을 널리 알리고 그렇지 못한 법관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서울변회의 법관평가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부산변회 등 다른 지방변호사회들도 이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자신들은 평가받기를 거부하면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평가하겠다면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법관평가 자료 중에는 문제사례로 "검찰은 장황하게 신문하도록 해주면서 피고인의 반대신문은 공소사실과 관계없다는 이유로 막음"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제는 변호사들이 자신들에 대한 '반대신문'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