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2월 결산법인들의 결산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제키로 했다. 경영 사정이 악화된 한계기업들이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 제3자배정 증자를 횡령 · 배임이나 가장납입,주가 조작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사전 심사를 강화,제3자배정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물량이 전체 주식 수의 20%를 넘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1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1626개 상장사들의 정관을 점검한 결과 40%에 해당하는 642개사가 제3자배정 신주 발행 한도를 두지 않거나 100% 이상 지나치게 많이 설정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관에 제3자배정 신주 발행 한도를 아예 정하지 않은 기업이 566개사(35%)나 됐고,한도를 발행 주식 총수의 100%를 초과할 수 있게 규정한 기업도 76개사(5%)에 달했다. 금감원은 2007년 12월 3자배정 신주 발행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20%를 넘지 않도록 권고했지만 이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247개사(15%)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상장사가 제3자배정 신주 발행한도를 정관에서 과도하게 늘릴 경우 증액 사유와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 여부 등을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또 상장회사협의회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제3자배정을 통한 신주 발행한도를 정관에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3자배정 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이 전체 주식 수의 20%를 넘는 경우 납득할 만한 이유나 목적이 없으면 사실상 증자를 막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3자배정 증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보다는 주식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훨씬 많다"며 "감자를 실시한 이후 대규모 3자배정 증자를 실시하는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증시에서 제3자배정 증자를 악용한 횡령 · 배임, 가장납입, 주가 조작 등의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실제 A사는 지난해 6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3400만주,증자비율 176%)를 실시한 후 대표이사 등이 횡령 · 가장납입 · 주가 조작 등으로 피소됐고 같은 해 9월 상장폐지됐다. B사는 지난해 3월 과대평가된 타사 소유재산을 현물납부하는 방식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1억주,증자비율 230%)를 시도했으나 다음 달인 4월에 결국 퇴출됐다.

무리한 제3자배정 증자가 주주들의 반발을 사 신주발행무효 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C사는 지난해 8월 사채자금을 이용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2300만주,증자비율 243%)를 실시했지만 법원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부당 침해됐다는 사유를 들어 신주발행무효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이 결산시즌을 앞두고 이 같은 조치를 내림에 따라 한계기업들의 퇴출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제3자배정 증자는 주주배정이나 일반공모 방식보다 비교적 용이해 한계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계기업들이 제3자배정 증자라는 편법을 통해 회생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로 해석된다"며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들의 퇴출 가능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