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전쟁서 밀리지 않겠다" 사상최대 투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 해외자원 개발에 120억弗
석유·가스 자립률 10%로 높여
석유·가스 자립률 10%로 높여
정부와 민간기업이 올해 해외자원 개발에 사상 최대 규모인 120억달러 이상을 쏟아붓기로 한 것은 '자원 전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다 중국의 경우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펴고 있어 한국도 '총력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자원전쟁에서 '실탄 부족'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자원 전쟁에서 자금력에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6월 스위스 석유 · 가스회사인 아닥스 인수전.당시 한국석유공사는 국민연금과 함께 인수금액으로 69억달러를 써냈지만 막판에 72억달러를 제시한 중국석유회사 시노펙에 밀려 고개를 떨궜다. 작년 5월 호주 광물업체인 팬오스트사 지분 인수전에서도 중국 기업이 한국(5000만달러)보다 3배 가까운 1억4200만달러를 제시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중국은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며 "한국도 투자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올해 해외 석유기업 인수에 65억달러 이상,가스공사는 이라크 유전개발 등에 10억달러가량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석유 · 가스의 자주개발률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주개발률은 정부와 민간업체가 국내외에서 확보한 석유 · 가스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비율로 에너지 자립도를 뜻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의 대형화를 추진한다. 석유공사에 대한 출자규모를 현재 5094억원에서 1조2555억원까지 확대하고 광물공사의 경우 현재 1107억원인 자본금을 1307억원까지 늘려줄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공기업과 수요기업,종합상사 등이 참여하는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개별 기업 단위로는 쉽지 않은 자원개발 사업에는 국가적으로 참여해 승산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크롬 망간 리튬 희토류(稀土類) 텅스텐 등 최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희귀금속에 대한 해외 자원개발을 확대하고 리튬 등 6개 광물을 '준 전략광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발 여건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칠레의 리튬광을 비롯해 중남미 지역에서 리튬광 개발 프로젝트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 및 세제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 유전이나 가스전의 매장량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매장량 담보 융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시추기 등 자원개발에 필요한 핵심장비의 경우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고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서 나오는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석유공사와 광물공사가 출자하는 자원개발펀드를 조성하고 해외 자원개발 기업을 인수할 때나 생산광구의 지분을 매입할 때 연기금의 재무적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외교지원도 확대된다. 자원부국과는 맞춤형 에너지자원 협력을 추진하고 아프리카의 경우 '중점 에너지자원 협력 대상국'을 선정해 정상외교나 고위급 인사 방문을 통해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자원부국에 대해서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할 방침이다.
강남훈 지경부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은 "유망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범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