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메인이벤트 링에 오른 애플과 구글의 정면대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수의 국내 IT관련 기업들의 향후 전략에 미칠 잠재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두 공룡기업간의 대결은 특히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다소 성급할 수 있다. 일단 이 대결의 본질을 살펴보자.

이 대결의 중심에 있는 스마트폰은 디스럽티브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 낳은 대표적 제품이다. 따라서 이 대결의 ‘본질’은 디스럽티브 기술이다. 굳이 한글로 번역하자면 ‘와해성 기술’ 또는 ‘융합형 기술’로 표현될 수 있는 디스럽티브 기술이란 기존의 핵심기술에서 파생된 새로운 응용기술을 뜻한다. PDA와 스마트폰은 노트북의 핵심기술에 기초하고 있다. 스마트폰 외에도 온라인주식거래, 디지털사진기술, 통신대학, 전기자동차 등은 모두 디스럽티브 기술에 의해 탄생하게 된 ‘파생’ 제품/서비스이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디스럽티브 기술은 ‘모방에 근거한 창조’를 낳는다. (이제부터는 편의상 디스럽티브 기술을 ‘DT’로 표현하기로 한다.)

다른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DT의 근원은 경쟁이다. 동종 기업간의 경쟁은 특정한 순서체계를 따른다. 제일 처음 어떠한 제품이 상용화 되었을 때 일차(first-tier) 선발기업 간의 경쟁은 생산능력과 규모에 있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이차(second-tier)기업들이 추가적으로 일정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면, 소비자는 구매결정에 있어 제품의 안정성, 유용성, 편의성 등을 포함한 품질, 즉 신뢰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비단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A/S를 강화하는 것도 이 국면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산업 전체가 호황을 누리면서 후발기업들마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때 경쟁을 좌우하는 것은 가격이다. 이 마지막 과정이 새로운 DT 제품이 탄생하기 바로 전의 단계이다. 가격의 경쟁적 하락과 그 결과인 이익마진 하락에 따라 대형 선발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모색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의 경쟁과정은 <규모-신뢰성-가격>으로 연결되는 체계/순서를 통하면서 형성된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주인공인 애플 역시 바로 이 DT에 의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징적 기업이다.

이 시각에서 조망할 때 수년 전부터 수면위로 떠오른 스마트폰의 출현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휴대폰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휴대폰 부문), LG전자(휴대폰 부문), 모토롤라, 팬택, 소니(휴대폰 부문), 샤프(휴대폰 부문), 파나소닉(휴대폰 부문), ZTE(휴대폰 부문), RIM, 애플(휴대폰 부문)등 12개 기업을 모두 합쳐 분석해보면 투하자본이 이미 90년대 말부터 2003년까지 급속히 증가했으며 이익마진은 2004년을 정점으로 2008년까지 4년 연속으로 하락했음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부도가 난 기업, 또 그러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기업도 있다. 심도 있는 분석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가격에 근거한 경쟁의 시작점이 언제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제품인 스마트폰도 <규모-신뢰성-가격>의 경쟁 체계/순서를 따라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생산능력은 이미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곧장 두 번째 단계에서의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지금까지 팔린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심비안(Symbian)이다. 동 체제 개발사인 심비안 재단은 여러 회사에 의해 유지되고 있지만 사실상 노키아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다. 노키아는 현재 세계 최대 휴대폰메이커인 동시에 오픈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폰(Nokia 9210)을 세계 최초로 만든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한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기 못하고 있는 이유는 경쟁의 두 번째 경쟁단계, 즉 제품의 안정성, 유용성, 편의성에서 애플과 구글에게 밀리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구글에게 몰려있다. 일단 애플 아이폰은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이미 일차적으로 검증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매 첫 주에 구글폰 <넥서스 원>은 고작 2만 5천 대가 팔렸다. 발매 첫 주에 아이폰이 1백6십만 대, 모토롤라의 드로이드(Droid)는 2십5만 대가 팔린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럽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 조차 되지 않는다(출처: <플러리(flurry)>). 결과적으로 구글폰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단 구글폰은 순전히 온라인으로만 판매되었다. 애플의 아이폰과 모토롤라의 드로이드는 각각 통신사인 AT&T와 Verizon의 판매망을 통해 판매되었으며 드로이드의 경우 1억불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이 쓰였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된 것과, 적당히 해서 안 된 것은 다른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구글폰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된다. 결국 이제 막 시작된 스마트폰 경쟁은 궁극에 가서는 핵심요소인 안정성, 유용성, 편의성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연결성(connectivity)을 중심으로 하는 유용성과 편의성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스마트폰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잠재)고객층은 영업직 종사자, 특종직업 관련 전문가, 그리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관련분야에 관계된 기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구글폰의 핵심경쟁력은 드러난다.

첫째, 개인의 필요에 맞춘 맞춤형 데스크톱 기능면에서 구글폰은 아이폰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구글폰은 데스크톱에 위젯 기능을 제공한다. 자신의 직업 및 관심분야와 관련된 기능을 중심으로 해서 자기만의 데스크톱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구글폰의 가장 본질적인 강점은 구글과의 융합(integration)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이유로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자영업자들이 구글 AdWord를 주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늘어나며 소규모 자영업자의 수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돈이 되는” 기능을 가장 최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구글폰의 차별성은 부각된다. 마지막으로 구글폰의 앤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개방되어 있다. 물론 소수일지라도 악의를 지닌 프로그래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픈소스는 양날의 칼과 같지만 구글은 드러난 약점을 곧바로 시정할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의 개방성은 분명 플러스이다.

구글 모바일 전략의 핵심은 디바이스가 아닌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이다. 구글이 ‘직접’ 판매하는 구글폰(넥서스 원)은 장기 전략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표준을 제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 시각에서 본 모토롤라의 드로이드는 구글폰과 자매와 같다. 점점 더 많은 디바이스가 구글폰화(化(화)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사회구조 및 소비성향과 관련하여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 국가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 이유로 당분간 아시아에서는 아이폰의 독주가 예상되지만, 보다 실용에 초점을 두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른 그림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DT에 기반한 새로운 제품을 현재의 주류고객들의 니즈에 맞추는 것은 최적의 전략이 아니다. 특정 소비주체의 니즈에 의해 태동된 제품은 그 소비주체의 밸류네트워크를 통하여 번식한다.

아이폰과 구글폰의 목표고객군은 이미 갈리고 있다. 스티브 잡스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아이폰을 응원하겠지만 냉정한 시각에서 본 구글의 전략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짜임새 있어 보인다.

<알프레드 박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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