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충밍 대만 검찰총장이 19일 천수이볜 전(前) 총통(대통령) 수사와 관련,탄핵을 당하자 전격 사표를 제출했다. 야당인 민진당은 여당인 국민당이 천 전 총통 부실 수사로 민심을 얻지 못해 최근 선거에 패배했다는 구실로 검찰총장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대만 감찰원(감사원)은 감찰위원 찬성 8표,반대 3표로 대만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탄핵안을 이날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07년 천 전 총통에 의해 임명된 천 총장은 임기 4년의 절반도 못 채우고 물러나게 됐다.

감찰원은 천 총장이 총장 신분에도 불구하고 천 전 총통의 친구 겸 가족 의사인 황팡옌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으며,황팡옌이 2008년 11월 미국으로 도주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직무를 유기했다고 탄핵 사유에서 밝혔다. 황팡옌은 천수이볜의 해외 돈세탁을 돕고 우수전 전 영부인이 약 2억800만대만달러(약 100억원)를 숨기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천 총장은 또 천수이볜 부패 사건에 연루된 차이추슝 등 건설업자 등과도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고 감찰원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 총장은 사표 제출 후 "마음에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감찰원 탄핵은 대만 국민당이 지난해 12월 현장 · 시장 선거에 이어 지난 9일 입법원 보궐선거의 패인으로 천 총장이 천 전 총통 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데 이은 것이어서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1야당인 민진당 차이치창 대변인은 "국민당 보고서와 감찰원 탄핵 날짜가 인접해 마잉주 총통이 이번 사안에 정치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의문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비난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