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계 외국인, 증시 주도세력으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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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英 1조7천억·美 7510억 유입…중동계는 매도 전환
영국과 미국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복귀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올랐던 중동계 자금은 두바이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매도세로 전환,주춤해진 양상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증시로 유입된 영국계 자금은 1조7146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1조8510억원)의 92%를 차지했다. 영국계 자금이 매수 우위를 보인 것은 작년 9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미국계 자금도 작년 11월에는 순매도를 보이며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사자'로 돌아서 751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 · 미계 자금은 한국 증시가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선진지수에 편입됐던 작년 9월 4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이후 한동안 주춤하다 다시 주식 매수에 나서는 양상이다.
반면 지난해 10월 이후 영 · 미계 대신 순매수 1위로 올라섰던 중동계 자금은 '팔자' 우위로 방향을 틀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자금이 각각 82억원과 2886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자금은 경기 회복을 배경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올 들어서도 꾸준히 매수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동지역 투자자들은 두바이 사태를 계기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 상반기까지는 국내를 비롯한 이머징 증시의 이익 증가속도가 선진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되고,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도 기대돼 글로벌 펀드를 움직이는 영 · 미계 자금이 외국인 매수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은 올해 초 주식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다 최근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날엔 다시 유가증권시장에서 21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645억원)와 포스코(593억원) 등 IT(정보기술)와 철강주를 중심으로 사들였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들이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으로 경기 긴축을 경계하고 있지만 성장성이 뛰어난 한국 주식은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선 이후에는 단기에 수익이 많이 난 종목들을 일부 차익실현하는 등 외국인들도 신중한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21일 나올 중국의 경기지표와 오는 25일 발표되는 미국 애플의 실적호전 기대를 계기로 외국인 매수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와 재고투자 모멘텀이 그동안의 상승동력이었던 미국의 역할을 대체하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전고점 돌파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IT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 발표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IT주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