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승자없는 마트 가격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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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롯데마트 서울역점.매장 곳곳에 '최저가격 할인점','가격혁명 大선언' 등의 팻말이 현란하게 걸려 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김인경씨(42)."매대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가격이 함께 적혀있는 걸 보니 가격 경쟁이 세게 붙은 걸 실감할 수 있네요. 그런데 전단에 나온 CJ햇반이나 해태 고향만두는 품절됐다니 허탈해요. "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은 대입 원서접수 창구에서나 볼 수 있는 '007 눈치작전'을 방불케 한다. 경쟁 매장에 직원을 보내 수시로 가격을 체크하면서 딱 10원씩 싸게 가격을 매기는 형국이다.
'슈퍼 갑(甲)'인 대형마트들의 싸움에 제조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상당수 업체들이 가격 문제로 납품을 중단하고도 이를 드러내길 꺼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일 오전 "판매가격이 너무 낮아 CJ햇반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오후 뒤늦게 "물량 소진으로 인한 일시적 납품중단"이라고 발을 뺐다.
본지 20일자 A1,3면 기사에 '공급 중단' 업체로 언급된 A사는 "현재 납품하고 있고 판매전표를 보여줄 수도 있다"고 장담했지만,정작 기자가 보여달라고 하자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시쳇말로 하루이틀 장사하고 끝낼 게 아닌 이상 대형마트의 심기를 거슬려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가격파괴의 포문을 연 이마트는 '소비자 지향적'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잦은 품절,공급 중단으로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대형마트나 제조업체 모두 공익단체가 아닌 이상 손해 본 것을 언젠가는 메우려고 할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월마트 이펙트'라는 말이 있다. '에브리데이 로 프라이스(EDLP · 상시 최저가)'를 지향하는 월마트의 가격 정책 탓에 미국 산업의 공동화를 유발했다는 뜻이다. 이번 이마트발(發) 가격인하 경쟁이 앞으로 '한국판 월마트 이펙트'를 몰고올 소지도 없지 않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마트에 가격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일 뿐 '제 살 깎기'식 싸움을 그만두고 싶다"고 속내를 밝히고 있다.
이마트가 촉발한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아직까지는 승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진석 생활경제부 기자 iskra@hankyung.com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은 대입 원서접수 창구에서나 볼 수 있는 '007 눈치작전'을 방불케 한다. 경쟁 매장에 직원을 보내 수시로 가격을 체크하면서 딱 10원씩 싸게 가격을 매기는 형국이다.
'슈퍼 갑(甲)'인 대형마트들의 싸움에 제조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상당수 업체들이 가격 문제로 납품을 중단하고도 이를 드러내길 꺼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일 오전 "판매가격이 너무 낮아 CJ햇반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오후 뒤늦게 "물량 소진으로 인한 일시적 납품중단"이라고 발을 뺐다.
본지 20일자 A1,3면 기사에 '공급 중단' 업체로 언급된 A사는 "현재 납품하고 있고 판매전표를 보여줄 수도 있다"고 장담했지만,정작 기자가 보여달라고 하자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시쳇말로 하루이틀 장사하고 끝낼 게 아닌 이상 대형마트의 심기를 거슬려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가격파괴의 포문을 연 이마트는 '소비자 지향적'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잦은 품절,공급 중단으로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대형마트나 제조업체 모두 공익단체가 아닌 이상 손해 본 것을 언젠가는 메우려고 할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월마트 이펙트'라는 말이 있다. '에브리데이 로 프라이스(EDLP · 상시 최저가)'를 지향하는 월마트의 가격 정책 탓에 미국 산업의 공동화를 유발했다는 뜻이다. 이번 이마트발(發) 가격인하 경쟁이 앞으로 '한국판 월마트 이펙트'를 몰고올 소지도 없지 않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마트에 가격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일 뿐 '제 살 깎기'식 싸움을 그만두고 싶다"고 속내를 밝히고 있다.
이마트가 촉발한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아직까지는 승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진석 생활경제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