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의 우량주들이 '삼성생명 상장 효과'로 연초부터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상장 계획을 내놓은 삼성생명이 장외시장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자 기업공개(IPO)가 기대되는 우량주를 미리 사두려는 투자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장외주식거래 전문사이트인 프리스닥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장외시세는 작년 말 107만4000원에서 이날 145만7500원으로 35.7% 뛰었다. 상장이 발표되기 전이었던 10월 말 48만2500원에 비해선 202%나 폭등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액면 분할' 효과에다 21일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제출을 앞두고 시장 예상 공모가보다 높게 치솟은 것이다.

'삼성생명 효과'는 소외돼온 장외 우량주들의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생명보험사 상장 이슈에서 논외로 여겨졌던 금호생명은 작년 말 4700원에서 이날 7050원으로 50%나 뛰었다. 금호그룹에서 분리 매각이 완료되면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린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 유관기관인 한국증권금융도 김영과 신임 사장이 상장계획을 내비치면서 급등세다. 장외 주가는 작년 말 1만2750원에서 1만7100원으로 34.1%나 올랐다.

작년 상장을 무기한 연기해 8만원대까지 빠졌던 포스코건설 역시 조만간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싹트면서 단숨에 10만원대를 회복했다. 현대캐피탈 또한 상장이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올해에만 16.2% 오르며 관심을 받고 있다.

KT가 주요 주주인 케이티스(옛 한국인포서비스)와 케이티씨에스(옛 한국인포데이타)도 상장 예상 종목으로 꼽히면서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각각 20.4%,13.9% 급등했다. 대형 IT(정보기술)서비스주인 LG CNS와 의료기기업체 메디슨도 각각 일주일간 10%가량 상승했다.

상장이 예정된 공모예정주들도 장외시장에서 뜨겁다. 21일 공모 청약을 시작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최근 일주일간 주가가 39.5% 급등했다. 앞서 상장한 한국전력기술 등이 강한 시세를 분출하면서 투자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공모가는 회사 희망 가격대(3만3400~4만800원)의 상단을 10%가량 웃돈 4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신동민 대우증권 IPO 담당 팀장은 "장외시세는 참여자가 적고 정보 비대칭적인 특성을 지녀 상장 후 시장가격과는 다를 수 있다"며 "상장 계획이 불투명한 기업들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형/강현우 기자 u2@hankyung.com